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영등포구 소재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회의실 전경, KB국민은행 '리브 리부트 에이스' 팀이 근무하는 서울 마포구 사무실 내 회의실 문패, 리브팀이 전자칠판과 태블릿PC 등을 활용해 회의를 준비 중인 모습.(위에서부터)/사진=양성희 기자
대리·과장급 직원 10명으로 구성된 이 팀의 이름은 ‘리브 리부트 에이스’. KB국민은행 모바일 플랫폼 ‘리브’(Liiv)를 완전히 새롭게, 리부트(reboot·재시작)하기 위해 뭉친 애자일(agile·유연한) 조직이다.
통장 이름도, 디자인도 내 맘대로 바꾸는 '나만의 은행'미리 엿본 리브는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떠올리게 했다. 통장 이름은 ‘직장인 우대 적금’이 아니라 ‘35세 결혼 골인을 위한 돈 모으기’ 등으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고 사진 또한 원하는 대로 갈아 끼울 수 있었다.
‘나만의 은행’ 콘셉트에 맞게 리브에서는 ‘국민은행’이 아닌 ‘내 은행’, ‘내 금고’를 꾸밀 수 있었다. 은행 창구에서 민감한 금융정보를 말하기 꺼려졌는데 ‘나만의 공간’에선 은밀하고 즐거운 돈 관리가 가능했다.
나만의 은행엔 ‘나만의 은행원’인 AI(인공지능) ‘똑똑이’가 항상 곁에 있었다. 200만원을 요구불통장에 계속 두는 게 맞는지, 이달엔 커피숍에 쓴 돈이 너무 많은데 다음달엔 소비 패턴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고민이라면 똑똑이에게 물으면 된다. 똑똑이는 소비관리, 자산관리를 돕는 든든한 금융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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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고객 수 추이/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리브 변천사/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한동환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 겸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총괄 부행장은 “스타뱅킹이 백화점이라면 리브는 편의점”이라고 소개했다. 송민철 KB국민은행 리브플랫폼부 팀장은 “스타뱅킹이 정장이라면 리브는 후드티”라고 했다. 두 사람의 말에서 지향점이 드러난다.
리브 론칭은 혁신이었다. 통장, 카드 없이 리브에 뜬 숫자만으로 간편하게 돈을 뽑고 계좌번호를 모르는 친구에게도 돈을 보내는 등 비대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었다. 경조사 일정 챙기기, 용돈 보내기, 더치페이 등 기능도 새롭고 재밌어서 기존 은행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2030세대가 호응했다. 현재 고객 수는 476만명 수준이다. 고객 몰입도가 높아 질적인 면에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MZ세대들은 계속해서 색다른 재미, 새로운 고객경험을 원했다. 리브가 대대적인 변화에 나서게 된 이유다. 이를 위해 KB국민은행은 BTS(방탄소년단) 브랜드 리뉴얼을 맡은 업체 플러스엑스 등과 협업 중이다. 은행판 DIY(Do It Yourself·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직접 만드는 것) 시대를 열어 MZ세대 취향을 저격할 계획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망해도 괜찮다" 전폭 지원‘리브 리부트’는 CEO(최고경영자)도 전폭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망해도 괜찮다”며 “마음껏 경험해보라”고 격려했다. 경영진의 배려로 어느 평일엔 강원도 속초로 워크숍을 떠나기도 했다. 보고 방식도 번거롭지 않다. ‘리브똑똑’을 사내 메신저처럼 쓰면서 격의 없이 의견을 교환한다.
‘리브 리부트’의 지향점은 ‘나’(고객)다. 이를 위해 고객이 원하는 대로 변신 중이다. 최근 가입절차를 줄이고 메인화면을 ‘간편 입출금’, ‘송금’ 위주로 개편한 것도 고객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리브 업무와 관련 있는 디지털금융그룹 등 조직은 실시간으로 고객 의견을 체크한다. 한 부행장도 틈틈이 ‘리브똑똑’ 채팅방에 RPA(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달되는 고객 리뷰를 살피고 있었다.
한동환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 겸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총괄 부행장(왼쪽), 송민철 KB국민은행 리브플랫폼부 팀장(오른쪽 사진 두번째)을 비롯한 리브 팀원들이 강원도 속초 워크숍에서 기념촬영한 모습./사진제공=KB국민은행
AI 금융비서 ‘똑똑이’와 금융 메신저 ‘리브똑똑’은 연결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행장은 “앞으로 고객과 은행이 연결되는 깊이가 깊어질 텐데 리브똑똑 등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도 (학습 데이터가 쌓인) ‘똑똑이가 계속 똑똑해지네’라고 경험적으로 느끼도록 선제적인 기반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