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용 해저케이블로 육지에서 전기를 끌어왔다. 제주도는 전남 진도와 해남에서 100㎞ 길이의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기를 조달 받는다. 2006년 이 해저케이블이 선박의 닻에 손상되면서 제주도 전역에 2시간 30분 동안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노래 가사처럼 '제주도의 푸른 밤'은 오롯이 해저케이블 덕분에 가능한 셈이다.
해저케이블 시장이 급성장하는 배경은 전 세계적인 전력사용량 급증이다. 전력망은 곧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다. 최근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국가간 전력망 연계사업 구상까지 나온다. 한국을 포함해 러시아·중국·몽골·일본 등 동북아시아 전력망을 연계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이 대표 사례다. 국경과 바다를 넘어 국가 간 전력망을 연결하려면 해저케이블이 필수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다 한 가운데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해상 풍력 발전의 성장은 바다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상으로 보내는 해저케이블 시장 성장과 같은 말"이라며 "해상 풍력 시장이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는데 해저케이블 시장도 이와 발맞춰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저케이블 70년사…국내에도 200㎞ 매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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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용 해저케이블은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지만 송전용 해저케이블은 2008년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를 연결한 해저케이블 580㎞가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이다. 가장 깊게 매설된 해저케이블은 이탈리아 근해의 수심 1650m에 매설된 케이블이다.
국내에서는 1979년 전남 신안군 장산리에서 자라섬 사이에 놓인 1.7㎞ 해저케이블이 처음이다. 일본업체가 맡았던 이 프로젝트 이후 신안 앞바다에서만 수십 개의 해저케이블이 깔렸다. 국내 기술로 해저케이블이 처음 매설된 것은 2010년 11월이었다. 당시 전남 해남군 화원반도에서 안좌도까지 연결한 6.6㎞가 국내 기술로 완성한 첫 송전용 해저케이블이다. 현재는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섬에 전기를 보내기 위한 해저케이블 길이만 총 200㎞를 넘는다.
전선기술의 총아…진화하는 케이블
LS전선은 이탈리아 프리즈미안과 프랑스 넥상스와 함께 세계 톱 클래스의 해저케이블 업체로 통한다. 강원도 동해공장에 설치된 50m(아파트 18층) 높이의 대형 제조 설비는 전세계적으로 5대에 불과하다.
성인 남성 허벅지보다 두꺼운 평균 지름 20㎝의 케이블 안에는 도체인 구리와 절연층으로 이뤄진 전력선 세 가닥, 통신용 해저케이블 등이 동시에 들어간다. 가정용 220V는 전력선 두 가닥이면 충분하지만 송전용 해저케이블은 3상 전압이어서 반드시 세 가닥이 있어야 한다.
50㎞ 길이의 해저케이블 한 쌍을 한 번에 뽑아낸 뒤 바다로 운송해 이어붙여 100㎞짜리 완제품을 만드는 게 핵심기술이다. 한 치 오차 없이 이어붙여야 송전할 때 전력 손실이 없다. 50㎞ 전선이 한가닥이어서 제작이나 매설 도중 이상이 생기면 50㎞ 전체를 폐기 처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