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그러나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대법원 상고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본인 사건의 무죄 주장이다. 그는 "촛불혁명 후에도 증거조작과 은폐로 1370만 도민이 압도적 지지로 선출한 도지사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한 그들(검찰)"이라며 자신 역시 검찰의 강압 수사 피해자라고 내세웠다. 이 지사는 현재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하면 당선무효에 피선거권도 제한돼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를 맞게 된다.
전 전 수석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반년 만이다. 결국 부패사건으로 기소돼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난 첫 정권 인사가 됐다. 당시 전 전 수석을 수사한 곳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에, 신봉수 평택지청장이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각각 맡아 문재인정부 첫 청와대 인사의 부패사건 수사에 나섰다. 아직은 이들이 '적폐수사'의 선봉장으로 불리며 여권과 그 지지자들에게 칭송을 받던 때다.
조 전 장관 역시 지난 8일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후 열림 첫 공판에서 검찰 수사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검찰이 왜곡하고 과장한 혐의에 대해서 사실과 법리에 따라 하나하나 반박하겠다"며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선포했다. 설령 법원이 유무죄를 제대로 판단한다 하더라도 '없는 죄를 만들어낸'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으리란 예상이 나온다.
#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대상이 될 사건에 대해 검찰의 '과거사'가 주 타깃이 될 것이란 점을 예고했다. 추 장관은 "공수처는 검찰이 제대로 사법 정의를 세우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탄생한 것"이라며 "권력과 유착해서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거나 아니면 제 식구를 감쌌다거나 하는 그런 큰 사건들이 공수처의 대상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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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은 나아가 "정치는 발전했지만 사법발전은 국민이 그렇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첫 번째 잘못,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은 검찰"이라고도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추 장관의 이같은 말이 자칫 공수처의 성격을 검찰의 과거사 진상규명 및 처벌로 규정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 단추를 다시 제대로 꿰면 달라지는 것은 뭘까. 한 법조계 인사는 "잘못된 검찰 수사가 법원의 유죄 판결로 이어졌으며 이를 밝혀 처벌하면 판결 역시 무죄로 바뀔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면 사법 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한명숙 사건'의 재조사 주장에 대해 법조계가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당장 재판을 받고 있는 여권 인사들이 '이게 다 검찰 때문'이라며 속속 무죄를 주장하고 나서는 모습이 법조계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