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대장주, 네이버는 다 계획이 있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5.3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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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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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스1) 조태형 기자 =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정상 출근을 계획했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순환근무제 연장을 결정했다.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의 모습. 2020.5.11/뉴스1(성남=뉴스1) 조태형 기자 =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정상 출근을 계획했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순환근무제 연장을 결정했다.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의 모습. 2020.5.11/뉴스1


"아마존에 의해 점령당했다."

2017년 미국에서는 '아마존드'(Amazonned·아마존화)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공격적인 사업 진출로 기존 시장 질서가 파괴되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1994년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이 온라인 유통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클라우드·영화·음악·방송까지 진출하며 시장을 지배할 것이란 우려에 생겨난 용어다.



2017년 미국에 '아마존'이 있었다면, 2020년 한국에는 NAVER (182,400원 ▲1,700 +0.94%)가 있다. 검색 포털로 시작한 NAVER (182,400원 ▲1,700 +0.94%)는 쇼핑·웹툰·간편 결제·클라우드 등에 진출하며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세상으로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업종이 큰 수혜를 입으며 네이버의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아마존, 네이버…시총 37조 돌파
언택트 대장주, 네이버는 다 계획이 있다


1999년 설립된 네이버는 200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며 주식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다. 2008년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뒤, 2013년 8월 한게임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며 사명을 NHN에서 '네이버'로 바꾸게 됐다. 당시 이미 국내 포털사이트 업체 1위를 공고히 했던 네이버는 발 빠르게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13년 자회사인 메신저 '라인(LINE)'의 해외 사업을 전담하는 '라인플러스(LINE+)'를 설립하고, 2015년 간편 결제서비스 '네이버페이',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스노우(SNOW)', 스타 인터넷 방송 플랫폼 '브이 라이브(V LIVE)' 등을 출시했다.

2016년에는 자동번역 앱 '파파고' 출시, 2017년에는 '네이버TV' 및 AI(인공지능)플랫폼 '클로바' 출시와 네이버웹툰 분사, 2018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VIBE)' 출시, 2019년에는 금융 전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는 등 해마다 새로운 분야를 도전 중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네이버의 계열사는 41개에 달한다.


이달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네이버의 자산총액은 9조4911억원으로, 아직은 준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이나 내년에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5934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는 언택트 수혜 덕분에 '깜짝 실적'까지 기록했다. 네이버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7321억원, 221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6%, 7.4% 증가했다. 이는 영업이익 컨센서스(1942억원)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주가도 상승 흐름을 보인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7.7%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네이버 주가는 21.2% 올랐다. 29일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6% 조정을 받긴 했으나, 26일까지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2013년 인적분할 이후 15조820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현재(5월 29일) 37조원을 넘어섰다. 시총 순위도 14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

국내 쇼핑거래 플랫폼 1위…4900원 '네이버 플러스' 출시
/사진=와이즈앱/사진=와이즈앱
네이버가 특히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온라인 쇼핑이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네이버의 국내 온라인 쇼핑 결제액은 20조9249억원에 달해 쿠팡(17조771억원),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 덕분에 이는 더욱 늘어나 올해 1분기 네이버를 통한 결제액은 전년 대비 32% 가까이 증가한 5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3월에만 역대 최대인 2조3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쇼핑이 성장하게 된 계기는 2015년 6월 네이버페이 출시 이후다. 결제의 편리함·포인트 적립혜택 등이 부각되며 소비자들에게 메리트로 다가온 덕분이다. 이어 입점수수료가 '0원'인 스마트팜(현 스마트스토어)를 선보이며 입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10만여개에 불과했던 스마트스토어 가맹점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32만개에 달한다.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를 겨냥한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사진=네이버 /사진=네이버
네이버쇼핑의 사업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쇼핑은 CJ대한통운과 제휴해 올해 2월 '특가창고', 3월 '브랜드 스토어'를 오픈하며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를 구체화하고 나섰고, 다음달 1일 선보일 유료 회원제 '네이버플러스'까지 더하면 이용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월 4900원을 낸 네이버 이용자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 혜택과 함께 웹툰·음악·영화감상·클라우드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는 미국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과 유사한 모델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월 13달러, 연 119달러를 내면 상품 구매 시 이틀 안에 상품을 배송료 없이 받아볼 수 있고, 스트리밍 음악, 비디오, 책 등 구매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회원수만 1억5000만명에 달해 디지털 구독경제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멤버십이 도입된다면 네이버 플랫폼 락인(Lock-In·이용자를 묶어두는 것) 효과가 강화될 전망"이라며 "쇼핑사업부는 광고라는 안정적 캐시카우에 기반해 이익 기여도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융사업에도 눈길…웹툰 시장, '대박 예감'
언택트 대장주, 네이버는 다 계획이 있다
또한 네이버는 비대면 금융사업에도 힘을 주고 있다. 오는 6월 출시하는 비대면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네이버통장'이 대표적이다. 당초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이달 말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준비 사항이 많아 미뤄졌다.

네이버통장의 주요 특징은 네이버페이와의 연동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네이버페이 전월 결제 실적을 기준으로 최대 연 3%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고, 네이버통장으로 페이포인트를 충전한 뒤쇼핑과 예약, 디지털 콘텐츠 구매 등을 네이버페이로 결제해 이용하면 결제금액의 최대 3%까지 포인트를 적립 가능하다.

결제 실적에 따라 수익이 차등 지급되다 보니 네이버쇼핑·페이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투자상품·보험·예적금 등 더욱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신의 탑' 포스터. /사진=네이버웹툰애니메이션 '신의 탑' 포스터. /사진=네이버웹툰
웹툰 시장의 성장세 또한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MAU(월간사용자)가 6200만명을 돌파하며 글로벌 1위 웹툰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유료 결제자가 지난해 12월 기준 연초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충성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네이버웹툰은 한국에 둔 웹툰 사업 지휘본부를 미국 법인으로 옮겨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의 웹툰 사업법인들을 총괄하는 형태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웹툰IP(지식재산권) 관련 사업도 적극 추진한다. 한국 웹툰 IP를 영상물로 2·3차 가공한다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네이버의 간판급 웹툰 '신의 탑' 애니메이션은 지난 4월 1일 1화 공개 이후 미국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9위에 올랐고,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소개되며 호평을 받았다. '지옥', '스위트홈', '지금 우리학교는' 등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될 예정이다.

플랫폼 사업자 규제 '조심'…그래도 "추가 상승 여력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2018.10.26/뉴스1 / 사진제공=뉴스1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2018.10.26/뉴스1 / 사진제공=뉴스1
덩치가 커지면서 전보다 높아진 규제 강도는 고려해야 한다. 이달 말 공정위는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 심사 지침을 내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7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에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대책으로 네이버 등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의 성범죄물 유통 방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뉴스 배치 조작 논란 등에 휘말린 네이버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증권가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비대면 활성화로 인한 광고 매출 성장과 내년 이후 자회사 IPO(기업공개) 등으로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광고부문은 매출액의 80~85%가 영업이익이 될 수 있는 고수익 사업부"라며 "하반기에는 네이버웹툰 글로벌 비즈니스 흑자 전환, 네이버파이낸셜 금융사업 본격화, 오는 10월로 예정된 라인과 Z홀딩스 합병에 따른 실적 수익성 개선 폭 확대 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높지만,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현재 네이버의 PER(주가수익비율)은 58.4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네이버의 지속적인 주가 상승세는 결코 과하지 않다"며 "언택트 시대 대표주로서 프리미엄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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