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미래' 불안하자…싱가포르로 돈이 몰린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5.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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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 가깝고 영어 사용 비율 높아…싱가포르 이민·부동산 투자 문의 늘어나

싱가포르 금융지구. /사진=AFP싱가포르 금융지구. /사진=AFP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입법 강행에 맞서 미국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 박탈 카드를 꺼내들었다. 홍콩의 앞날이 불확실해지자 또 다른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싱가포르로 눈길을 돌리는 홍콩 시민과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싱가포르로 부동산을 이전하거나 새롭게 투자하려는 홍콩 거주민들의 새로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홍콩에 사는 사만다는 10년 넘게 지낸 홍콩을 떠나 싱가포르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홍콩에서 시위가 있었고 (코로나19) 때문에 더 이상 해외 고객들이 홍콩을 방문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더 이상 홍콩에서 안정적인 미래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임대료와 국제학교 학비가 홍콩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28일 홍콩의 자치권을 위협하는 홍콩보안법 제정을 결정했다. 이후 불안감에 이민을 준비하는 홍콩 시민들이 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가 주목받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홍콩과 문화 차이가 적고 영어 사용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홍콩 소재 존후이민컨설팅의 존 후 대표는 "지금 당장 홍콩을 떠나고 싶다는 문의를 하루 100건 이상 받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어서 영어권 국가를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문의한 이들의 10~15%가 실제 이주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선 싱가포르 오렌지티앤타이 리서치 컨설턴트는 "홍콩에 살면서 일하고 있는 싱가포르 사람들도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홍콩에는 약 1만5000명의 싱가포르인들이 살고 있다.


SCMP는 "싱가포르 부동산을 구입하는 홍콩인들은 주로 싱가포르로 아예 옮겨 장기 거주할 생각인 고수익 전문직 종사자였지만, 싱가포르 경제가 점차 회복하면서 투자 기회를 잡으려는 중상위층 부동산 매입자들도 있다"고 했다.

홍콩 소재 해외 법인들도 홍콩을 대체할 지역으로 싱가포르를 꼽고 있다. 지난해 중국 송환법에 따른 홍콩의 대규모 시위 당시 홍콩 내 자금이 대거 싱가포르로 이탈하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중국 본토와 가까워 '제1투자처'로 각광받았던 홍콩 부동산 시장은 급속히 냉각됐다. 현금 유동성 확보를 원하는 홍콩의 부동산 보유자들이 급매물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지난 1분기 홍콩 고급주택 가격은 4.5% 하락했다. 미국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CBRE그룹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홍콩 부동산 거래는 0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본토에서 온 투자자들이 홍콩의 오피스와 쇼핑몰 점포를 싹쓸이했던 것과는 극명히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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