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약속깼다" 트럼프, 홍콩 특별지위 박탈 지시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5.30 04:57
글자크기

(상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서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중국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칼을 빼들었다.



홍콩에 대한 관세혜택 등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 당국자를 제재하는 내용이다. 중국이 반격에 나설 경우 제2차 미중 경제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中 홍콩 보안법 강행에 트럼프 "중국이 약속 깼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깼다"며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를 개시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한 홍콩 관리들을 제재하고,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미국 안보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특정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반중국 시위와 당국의 폭력적 진압 등을 고려해 홍콩에 대한 여행경보 수준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 등 서방이 반대해온 홍콩 보안법 제정 절차를 강행한 데 대한 대응이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8일 홍콩 보안법 제정 결의안 초안을 승인했다. 법안은 홍콩 내에서 분리·전복을 꾀하는 활동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홍콩 관세혜택 박탈시 중국 본토도 타격
1992년 제정한 미·홍콩정책법에 따라 미국은 홍콩이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원칙에 의거해 중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누린다는 전제 아래 홍콩에 관세·투자·무역 등에 대한 특별지위를 부여해왔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제정된 '홍콩 인권법'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홍콩의 자치권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일부 또는 전부 박탈할 수 있다. 관세 혜택이 사라지면 홍콩은 미국에 수출할 때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품목에 따라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또 미국은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 책임자에 대해 비자 발급 중단과 미국내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내릴 수도 있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상품 가운데 약 절반에 대해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홍콩은 예외였다. 홍콩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 대부분이 광둥성 등 중국 남부에서 생산된다는 점에서 홍콩에 대한 관세 혜택 박탈은 중국 본토에도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권시장 상장 관행을 바꾸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실무그룹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자본시장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집권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도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을 틀어쥔 민주당 지도부도 이 법안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트럼프 "WHO와 관계 끊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 편향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WHO(국제보건기구)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WHO에 개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지만 그들은 행동하길 거부했다"며 "오늘 우리는 WHO와의 관계를 종료하고 그 자금을 세계 다른 곳으로 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대중국 공세에 나선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외국 반도체 공급을 막고 중국 기업 주식에 대한 미국 연기금의 투자를 차단했다.

미국의 대중국 공세가 이어질 경우 중국이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애플과 퀄컴, 시스코, 보잉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6일 "홍콩 문제에 대한 외국의 간섭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군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실전에 버금가는 훈련과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