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이라는 개념은 15세기 전까지 없었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05.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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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과학이라는 발명’…오늘의 세계를 만든 과학에 관하여

‘발견’이라는 개념은 15세기 전까지 없었다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 혜택받은 선물은 부지기수다. 컴퓨터, 핸드폰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을 이루는 모든 전자 제품들이 과학의 부산물이다. 이렇게 편리한 수혜의 현장에서 느끼는 과학은 ‘위대한 혁명’의 결과로 인식되기 쉽다. 게다가 선조들이 점진적으로 연구한 덕에 지금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라고 믿기 십상이다.



저자는 이 같은 입장을 전면 반박한다. 과학은 ‘혁명’으로 존재한 것도 아니고, ‘점진적’으로 진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근대 과학은 튀코 브라헤가 신성을 관찰했던 1572년과 뉴턴이 ‘광학’을 출간했던 1704년 사이에 ‘발명’됐다.



저자는 1572년과 1704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1572년 이전과 1704년 이후의 세계를 내다보며 지금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과 과학의 언어들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추적한다.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하기 전까지 새로운 사실에 대한 ‘발견’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신대륙의 발견으로 지구에서 정반대인 두 지점인 대척점은 존재할 수 없다는 통념도 깨지면서 지구가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급격하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원근법 회화의 발명은 천문학에 영향을 미쳤고, 동일한 수학적 원리들이 새로운 과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정확성에 대한 추구로 이어졌다.


새로운 과학의 선봉에 섰던 로버트 보일 등 왕립학회의 주요 인물들은 과학을 무신론을 막는 보루로 생각했으며 창조주 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뉴턴주의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고대로부터 ‘과학’적 활동이 존재했으며 과학의 연속적, 상대주의적 견해는 기본적으로 잘못된 개념과 오해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사용하는 ‘과학’과 ‘과학자’를 비롯해 사실, 가설, 실험, 법칙 같은 과학의 언어들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존재해왔던 것이 아니라 과학혁명의 시기에 정립된 것이다.

새로운 과학은 흔히 갈릴레이의 망원경, 보일의 공기펌프, 뉴턴의 프리즘 같은 새로운 실험 장치나 물리적 도구로부터 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대신 실험, 가설, 확률, 증거 같은 개념의 새로움과 중요성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런 도구는 얼핏 보면 그저 낱말에 불과하지만 근본적으로 과학의 새로운 사고방식을 압축하고 있다”며 “이러한 지적 도구들이 지식의 특성과 정신의 능력을 변화시키며 과학이 작동하는 기본적인 틀을 구성한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이라는 발명=데이비드 우튼 지음. 정태훈 옮김. 김영사 펴냄. 1016쪽/4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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