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진이빵은 부도직전 삼립식품을 살렸다" 굿즈의 마법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이영민 기자 2020.05.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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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주연 넘은 조연' 굿즈(GOODS) 경제학 (下)

편집자주 버리더라도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 스티커만 챙긴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스티커를 판매하고 구한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스타벅스가 일정 조건을충족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이른바 굿즈(GOODS)인 작은 여행용 가방 '서머 레디백'을 득템하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쯤되면 주객전도다. 주연보다 더 잘나가는 조연, 굿즈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펭수 스티커 사니 빵을 줬어요"…대박 굿즈의 법칙


"국진이빵은 부도직전 삼립식품을 살렸다" 굿즈의 마법


2000년. 초등학생들은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매일매일 빵을 샀다. 원하는 스티커를 얻기 위해 한 번에 수십개의 빵을 사서 빵은 그 자리에서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성공한 캐릭터 굿즈 마케팅의 원조 격인 국진이빵 얘기다. 1999년 출시된 국진이빵은 외환위기였던 당시 부도 위기였던 삼립식품을 살렸단 얘기가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모든 굿즈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진이빵이나 서머레디백처럼 소비자들이 열광한 성공한 굿즈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 마법의 이름 '한정판' = "스타벅스 서머레디백을 받아야지 했는데 행사 첫 날 오전에 벌써 품절된 매장이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이 올라오자 불안해졌어요. 바로 스타벅스로 가서 서머레디백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음료 17잔을 시켜서 받았죠"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 이벤트나 럭키백 이벤트는 한정판 혹은 품절 마케팅 효과를 가장 잘 활용하는 사례다.

특히 서머레디백의 경우 제품 부피가 커 매장당 입고되는 수량이 많지 않아 매일 '품절'사태가 반복된다. 매일 다시 입고되지만 '혹시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서머레디백'을 얻기 위해 매일 새벽 스타벅스 매장 앞에 줄을 선다. '럭키백'이나 플래너 행사도 마찬가지다. 제품 부피가 크고 전국 1300여개 매장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매장당 15개 안팎으로 들어오는데 매년 이를 갖기 위해 긴 새벽줄이 생긴다.



"국진이빵은 부도직전 삼립식품을 살렸다" 굿즈의 마법
◆ 캐릭터 파워=최근 굿즈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 파워는 '펭수'다. SPC삼립은 펭수 스티커가 들어있는 '펭수빵'으로 국진이빵 영광을 재현하고 있고 펭수 티셔츠, 펭수 다이어리, 펭수 인형 등 펭수와 콜라보레이션한 유통업체들은 '완판'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펭수가 등장하기 전 캐릭터 굿즈 시장을 장악한 건 '라전무'로 불리던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이다. 모셨다 하면 '대박'을 터트린 '흥행보증수표'였던터라 유통업계에서는 카카오프렌즈 굿즈 '모셔가기'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는 다양한 콜라보와 굿즈 사업으로 캐릭터가 단순히 특정 제품의 마케팅 수단을 넘어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 랜덤뽑기의 즐거움=매년 초 스타벅스의 럭키백 행사가 진행되는 날이면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럭키백 개봉기가 줄을 잇는다. 럭키백이란 어떤 제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도록 무작위로 제품이 구성된 포장을 말한다. 마음에 드는 굿즈가 있거나, 럭키백 가격 대비 포함된 제품들의 가격이 높으면 '대박'이지만 상대적으로 제품 구성이 좋지 않으면 '꽝'이다. '재고정리'라는 비판도 있지만 여전히 출시 날 오전 안에 준비된 럭키백이 모두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띠부띠부실(띠었다붙였다하는 스티커)도 '랜덤'의 즐거움을 노린 굿즈 마케팅이다. 국진이빵, 포켓몬스터빵, 펭수빵 등이 있다. 스티커 종류가 여러가지이고 포장을 뜯기 전에는 어떤 스티커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지고 싶은 특정 스티커를 갖기까지 제품을 반복 구매하게 된다. 특히 포켓몬스터나 카카오프렌즈처럼 여러가지 캐릭터가 있을 경우에 효과적이다.

◆ "바보같지만 멋있어"=최근 굿즈 시장은 '레트로'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옛 감성 디자인의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참이슬 백팩이나 사이다 향수, 곰표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제품 디자인을 패션, 뷰티 상품에 콜라보하면서 재미를 준다. 하이트진로와 무신사가 협업한 참이슬 백팩은 판매 5분만에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젊은 층들의 인증샷 문화로 일명 '인싸(인사이더) 인증샷'을 위해 '화제의 굿즈'는 꼭 구해야만 하는 필수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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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기자





"어머 이건 사야해"…지갑 열리는 굿즈, 어떻게 만들어질까


"국진이빵은 부도직전 삼립식품을 살렸다" 굿즈의 마법
잘 만든 굿즈는 소비자의 지갑을 연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아도 지금 아니면 살 수 없는 한정판 굿즈는 소비자에게 '어머 이건 사야 해!'라는 심리를 자극하는 굿즈는 어떻게 기획되고 어떻게 만들어질까.

◆ 美본사 외 유일한 MD디자인팀…스타벅스커피코리아

국내 식음료업계에서 굿즈를 가장 적극적으로 내놓는 기업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다. 1년에 30~35차례, 한 달에 최소 2~3차례 신상품을 출시한다. MD 매출이 전체 매출의 8~10%를 차지하며, e-프리퀀시 행사 사은품처럼 음료를 마셔야 구할 수 있는 MD는 음료 매출을 견인하는 기능도 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전세계 스타벅스 중에서도 MD 기획에 가장 열심히인 법인이다. 전세계 스타벅스 법인 중 MD디자인팀이 따로 있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밖에 없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국내 소비자의 트렌드와 감성에 맞는 MD를 내놓기 위해 2013년 MD디자인팀을 신설했다. 연평균 출시되는 MD 신제품 400여종 중 약 80%를 국내 MD디자인팀이 만든다.

스타벅스 MD는 길게는 1년 전부터 제작 과정이 시작된다. 디자인팀은 매 프로모션마다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패널단을 꾸려 의견을 수렴한 뒤 디자인 콘셉트를 결정한다. 완성된 디자인 도안을 중국에 있는 스타벅스 텀블러 공장에 보내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최근 굿즈 광풍을 일으킨 '서머 레디백'과 '서머 체어'도 지난해부터 급증하는 캠핑 수요와 여름이라는 계절 특수성을 반영해 수개월 전부터 기획한 제품이다.

◆ MD팀 따로 없다면…MZ세대 겨냥한 협업 굿즈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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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프로모션에서 스타벅스 만큼 호응을 얻은 굿즈가 있다. 할리스커피가 아웃도어브랜드 하이브로우와 협업해 선보인 '라이프스타일 잇템 3종'이다. 할리스는 이번 프로모션 전에도 미키마우스·곰돌이푸 등 디즈니 캐릭터와 협업한 굿즈를 출시해 호응을 얻는 등 최근 부쩍 MD에 힘을 주고 있다.

할리스커피는 별도 개발 인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즌마다 창의적인 MD상품 기획을 위해 새로운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MD를 기획한다.

할리스 관계자는 "새로운 구매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MZ(밀레니얼+Z세대)세대를 겨냥해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브랜드나 상품을 조사해서 협업 브랜드와 상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할리스커피처럼 최근 유통업계에는 협업 굿즈 마케팅이 활발하다. 재미와 즐거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등을 중시하는 MZ세대 공략을 위해 이미 인기가 보장된 브랜드나 캐릭터와 협업하는 전략이다.

카페 투썸플레이스도 최근 캐주얼 의류 브랜드 '커버낫'과 협업해 여름 시즌 한정 MD 텀블러·텀블러백·썸머매트 등을 출시했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협업해 의류·신발 총 24종을 선보였다. 오비맥주 카스는 캐릭터 브랜드 카카오프렌즈를 운영하는 카카오IX와 손잡고 '카스X선데이치즈볼' 한정판 쇼퍼백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영민 기자

'그게 돈이 돼?' 커지는 굿즈 리셀러 시장

"국진이빵은 부도직전 삼립식품을 살렸다" 굿즈의 마법
"되팔이들을 위한 행사였나요?"

지난 12일 출시한 할리스X하이브로우 릴렉스 체어&파라솔은 출시 첫날 오전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소비자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판매예고가 올라오자마자 이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물량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고 매진 된 후에도 할리스 측에서 추가제작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다. 1만5900원(1만원 이상 제품 구매시)에 구입할 수 있었던 할리스 릴렉스 체어는 현재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5~6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최고 10만원까지 가격을 책정한 리셀러도 등장했다.

한정판 굿즈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굿즈 재판매 게시글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신에게 필요없는 이벤트 제품들을 판매하고 원하는 소비자들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물론 있지만 지나친 웃돈 거래가 성행하는 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인기가 많은 한정판 제품의 경우 리셀러들이 제품을 선점하면서 정작 꾸준한 충성고객들은 이벤트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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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서머레디백의 경우도 300만원어치 커피를 사고 커피 자체는 버린 사례 때문에 논란이 됐다. 말 그대로 '주객전도'가 된 상황이다. 서머레디백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여전히 8~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고 10만원의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사은품 가방이나 의자를 받으려면 스타벅스가 지정한 미션 음료(블렌디드, 프라푸치노, 리저브 제조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을 구매해야 한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저렴한 음료인 에스프레소(3600원) 14잔에 가장 저렴한 바닐라 크림 프라푸치노(4800원) 3잔을 구매하면 총 6만4800원으로 구할 수 있는 셈. 이를 9만원에 판매할 경우 수익률이 약 39%란 계산이 나온다.

웃돈 거래가 가능하면서 이같은 되팔이, 리셀러 문제는 굿즈 마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히 지적돼 왔다. 고객을 위한 행사가 리셀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수요가 있는 한 리셀 문화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인당 구매개수를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인 보완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은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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