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적게 써라" 유튜브 하는 세탁소 사장님이 외쳤다[머투맨]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지성 기자, 김소정 인턴 2020.05.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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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터뷰│세탁 전문 채널 '세탁설'…빨래 꿀팁에 입담과 감각적 편집, 18만명 구독

편집자주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세제 적게 써라" 유튜브 하는 세탁소 사장님이 외쳤다[머투맨]


아끼던 티셔츠를 잘못 빨았다.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①엄마, ②옷가게 점원, ③세탁소 사장님.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누구에게 속 시원히 물어보기 어려운 상황. 이제는 유튜브가 답을 알려준다.



CJ ENM 다이아 티비 파트너 '세탁설'(본명 설재원)은 세탁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유튜브 채널이다. 수건에서 악취 없애는 법, 신발을 새것처럼 빠는 법 등 세탁 꿀팁을 전수하며 18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시청자들은 세탁설 영상을 보며 평소 엄두를 내지 못했던 '롱코트 빨래', '이불 빨래'에 도전한다. 10년 경력의 세탁 노하우는 감각적인 영상 편집과 만나 알기 쉽게 다가온다. 주부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비결이다.



영화학도에서 세탁소 사장님, 유튜버로 3단 변신한 욕심 많은 크리에이터 세탁설을 '유튜브가이드' 머투맨이 만나봤다. 인터뷰는 지난 20일 경기 화성시 세탁설의 세탁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영화 대신 시작한 유튜브 "세탁 꿀팁 알려주고파"
/사진=유튜브 채널 '세탁설' 캡처/사진=유튜브 채널 '세탁설' 캡처
-세탁과 빨래를 주제로 유튜브를 한 다는 게 신선하다. 어떻게 시작했다.


▶어느 날 일을 하면서 유튜브를 보는데 '나도 저거 찍을 줄 아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림질 영상을 찍어서 올리면서도 '과연 누가 볼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보셨다. 그렇게 영상을 하나둘 올렸더니 조회수가 올라가서 '이거구나'하고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상이 깔끔하고 전문가의 솜씨가 느껴진다. 어떤 경력이 있던 건가.

▶세탁소를 하기 전에 영화를 공부하고 영화 일도 잠깐 했다. 결혼을 일찍 하며 생계 때문에 아버지 세탁소에서 도와드렸다. 10년이 지나니 (영화 쪽) 동기들이 성과를 내고 잘하는 분이 계셨다. 자존감이 떨어졌고 '나는 여기서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유튜브가 눈에 들어왔다.

-세탁소가 스튜디오처럼 생겼다. 세탁일과 유튜브의 균형은 어떻게 잡나.

▶원래 세탁소를 하던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서 유튜브를 촬영하기에는 어려웠다. 다양한 그림과 세탁하는 모습이 영상에 잘 나왔으면 해서 스튜디오처럼 새로 꾸몄다. 일명 '세탁 스튜디오'다. 다만 세탁소를 홍보하거나 영업을 위해 유튜브를 한 것이 아니다. 예약을 받고 사전 상담을 통해 꼭 (세탁을) 해야 하는 옷들 위주로 하고, 직접 오셔도 받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제일 잘 나가는 세탁 콘텐츠다 보니, 오해도 있을 거 같다.

▶'네가 뭔데'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분들도 계신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제 강점은 세탁을 콘텐츠로 풀어서 보기 좋게 만드는 것 같다. 스스로 '세탁 전문가다' 이렇게 한 건 아니다. (유튜브를) 해오다 보니까 거기에 걸맞게 변화하는 거다.

세탁 잘 하는 법? 세제 조금, 따로 빨기…기본에 충실하라
/사진=유튜브 채널 '세탁설' 캡처/사진=유튜브 채널 '세탁설' 캡처
-시청자들이 조금은 생소한 세탁이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처음에는 조금 전문적인 (세탁) 콘텐츠도 다뤄봤다. 자기 만족감은 있었지만 조회수는 안 나왔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신발을 깨끗하게 빠는 법' 같은 일상에서 정말 필요한 정보다. (아이템이 비슷해지고) 그런 면에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려고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세탁 꿀팁을 하나 전수 받고 싶다. 호텔 수건처럼 빨래하는 법이 있을까.

▶우선 수건의 관리 자체를 잘해야 한다. 수건을 일반 빨래와 따로 세탁해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실천하기 쉽지 않다. 엄청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비법을 알려드리는 게 아니다. 다 기본적인 것이다. 세제를 적게 쓰는 것만 잘해도 빨래가 잘 된다. 거품이 막 난다고 세탁이 잘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영상에서 다양한 제품을 쓰니까 광고 논란이 있을 것 같다.

▶사실 민감하게 보실 수도 있다. 그래도 요리하는 채널이라면 좋은 양념과 재료를 소개해드리는 것처럼, 세탁에도 필연적으로 제품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좋은 세제와 세탁기가 있다면 소개를 해드리려고 한다. 좋은 제품이 있음에도 굳이 원시적으로 하는 것을 가르쳐 드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광고를 받아도 최소한 한 달 이상 써보고 제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세탁을 주제로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

▶댓글이 하나 있었다. 부모님이 없으셨던 분인데, 어머니가 없으니까 살림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다. 저를 통해서 세탁이나 살림을 배우고 시집을 가셨다고 하니까 진짜 보람이 됐다. 또 영상을 보시고 '따라했더니 정말 세탁이 잘 됐어요' 이런 댓글도 성취감이 느껴진다. 많은 분들이 보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유튜브 하며 자존감 'UP' 다양한 매력 보여주려 고민 중
/ 사진=김소정 인턴기자/ 사진=김소정 인턴기자
-유튜버로 변신 이후의 삶은 만족스럽나.
▶너무 만족한다. 자존감이 굉장히 높아졌다. 얼마 전 실버버튼(구독자 10만명 징표)도 받았는데, 실상 달라진 것은 없다. 밖에 나갔는데 (구독자가) 알아보시거나 그런 것도 없는데, 저 자신이 느끼는 보람과 성취감이 크다. 아내와 부모님도 너무 좋아한다.

-세탁소만 운영할 때와 비교해 유튜브를 하는 현재 수익은 어떤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세탁소에 전념했을 때보다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들이는 노력은 더 많다. 유튜브는 좋아서 열정을 쏟아서 하는 거다. 세탁소를 했으면 지금이 준성수기라 많이 벌었을 거다. 유튜브 수익이 안정적이지가 않다. 이번달 400만~500만원을 벌었어도 다음 달 100만원만 벌 수 있는 게 유튜브다.

-채널의 지향점이나 유튜버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많다고 생각한다. 꼭 세탁을 위해 채널을 한 것이 아니라 유튜브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현재 구독자분들이 세탁 외 다른 걸 보고 싶어하시지 않는다. '세탁설'은 세탁만 해야 해서 서브채널도 고민 중이다. 인간적 매력을 발산하는 '인간세탁', 경제를 다루는 '돈세탁' 같은 식의 아이디어가 있다.

-머투맨 구독자들을 위해 평소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3개를 소개해달라.
▶'승우아빠' 요리로 채널을 시작해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계신다. 저런 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구나 하고 배운다. 롤 모델이다. 두번째는 '산적TV밥굽남' 채널이다. 먹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이 채널은 남자가 가진 로망을 보여준다. 마지막은 채널은 '신사임당'이다. (재테크) 개념이 전혀 없는데, 처음 채널을 봤을 때 신세계였다. 실천은 못 하지만 자극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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