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의 '인물찾기', 홍정욱이 뜨는 이유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0.05.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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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보수 진영의 '인물 찾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미래통합당이 전열을 가다듬은 가운데 차기 유력주자로 홍정욱 전 의원, 윤석열 검찰총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영향력도 '킹 메이킹'에서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당 한 재선 의원은 "21대 국회가 출범하면 상임위원회 등 의정활동에 바쁜 국회의원들이 비대위원장에게 잘 보일 이유도 없다"며 "비대위원장 역할은 대권주자 풀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3월 9일 차기 대선까지는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차기 대권 유력주자를 중심으로 뭉칠 때 수권정당의 면모를 부각하며 지지율도 끌어올린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김 위원장이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가 관건이다.



"대선주자 없다"…'상처' 입은 차기 주자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통합당 내에 "대선주자가 없다"고 못박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2017년 대선에 출마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와 유승민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겨냥, "미안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검증이 다 끝났는데 뭘 또 나오느냐"고 했다.

보수 진영은 2016년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대선, 지선, 총선 등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분열과 합당이 이뤄지는 정계개편 과정에서 정치 커리어에 상처를 입은 후보들로는 지지율 결집 등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던 상황에서 등장해 당권을 거머쥔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는 21대 총선 참패로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2·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에 실패한 뒤 서울 광진을 지역에서 절치부심하며 이번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보수진영의 '인물찾기', 홍정욱이 뜨는 이유


'70년생' '개혁' '경제'…홍정욱이 거론되는 이유
홍정욱 전 의원은 보수권의 '잠룡'으로 계속 거론된다. 대구, 경북, 제주(무소속 당선)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여당에 내주는 지리멸렬한 패배를 기록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홍 전 의원이 거론됐다. 그러나 홍 전 의원은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본인이 직접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의원은 1970년생(50세)으로 비교적 젊은 편이다. 스펙도 화려하다. 기업을 운영하며 '경제인' 이미지를 갖춘 그는 18대 국회의원과 언론사 오너를 지냈다. 미국 하버드대 수석 졸업에 스탠퍼드대에선 로스쿨을 나왔다. 영화배우 남궁원의 아들인 홍 전 의원은 수려한 외모도 갖췄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원칙론'을 내세워 당내 바른소리를 담당하는 개혁파를 자임했다. 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두고 여당 의원 신분임에도 기권을 선언했다. 여당의 단독처리가 무산됐다. 2008년 12월에는 최루탄이 터진 한·미 FTA 비준동의안 표결에도 불참했다. 국회 폭력에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선거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판세를 뒤엎을 인물이 마땅치 않을 때마다 홍 전 의원의 이름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에서 70년대생 대권 주자를 거론하는 등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마약 투약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홍 전 의원의 딸 문제는 홍 전 의원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는 평가다. 검찰이 1심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다. 다만 자녀 개인의 일탈과 홍 전 의원의 정치력은 별개라는 시선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보수 진영의 대권 후보로 계속 이름이 오르내린다. 윤 총장은 대권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자신의 이름을 넣지 말아 달라고 거듭 요청하는 등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적은 없다.

그러나 보수를 대표하는 마땅한 차기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조국 사태'를 거치며 여권의 압박을 받자 정치권은 물론 지지층에서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여당의 권력에 숙이지 않고 '원칙'을 강조하며 수사를 이어나간 점이 보수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어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보수 진영이 쇄신을 말하지만 국민들이 대안이라고 인식할, 참신한 인물이 없는 상태가 지속될 것"며 "적임자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윤 총장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윤 총장이 결국 정치에 나설 거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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