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엄수된 추도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0.5.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는 김진호씨(가명·37)는 2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딱 한 달 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로 아버지(62)를 잃었다. 김씨의 아버지를 비롯해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로 총 38명이 세상을 떠났다.
한 달 동안 분향소를 지켰던 김씨는 얼마 전 아버지 시신을 겨우 화장하고 나서야 다시 출근하고 4살짜리 딸 아이를 돌보는 일상을 살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는 울분이 응어리진 듯했다.
김씨는 "혼자 남으신 어머니가 더 걱정"이라며 "어머니가 갈 길을 잃으신 것처럼…, 뭘 해야 할지 모르시고…, 아직도 당황해하신다"고 했다.
6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3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0.5.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 시각 인기 뉴스
대형 화재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이 유가족을 방문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지만 매년 대형 화재 사고가 반복하고 있다.
김씨는 "2년 전 제천 화재 사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또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경기도 이천에서도 약 12년 전인 2008년, 비슷한 화재 사고가 있었다. ㈜코리아2000의 냉동창고에 난 불로 40명이 사망했다. 당시에도 정부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코리아2000 화재 사고 역시 약 10년 전의 1998년의 부산 '범창콜드프라자' 냉동창고 화재사고와 비슷하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부산 범창골드프라자 화재에서는 인부 27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김씨는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발주처(한익스프레스), 원청 시공사(건우), 감리사(전인CM) 그 어느 곳도 보상은커녕 사과나 애도의 말을 전하지 않았다"며 답답해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원청 시공사 소속 일용직이었다.
김씨는 발주처, 시공사, 감리사뿐만 아니라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이제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했다. 답답한 유족들은 세 업체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에 나섰다. 나라가 해결해주지 못하자 유가족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자력으로 진상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0.5.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김씨는 "'얼마를 받으려고 저러느냐'는 악플을 많이 봤다"며 "너무 가슴이 아팠다. 우리도 먹고 살 만큼은 있는데…. 악플을 보는게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기사를 잘 안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