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대작 사건' 검찰 "사기" vs 조영남 측 "창작"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0.05.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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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대법원 공개변론

'그림 대작'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그림대작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그림 대작'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그림대작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조영남씨의 '화투그림 대작' 사건을 놓고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이 벌어졌다. 조씨가 다른 사람을 시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완성하고 자기 이름을 붙여 판매한 행위를 사기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날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 사건을 심리하기 위한 공개변론 기일을 열었다. 조씨는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사건 쟁점은 △다른 작가를 시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완성하는 '대작' 행위가 미술계에서 허용되는지 △미술계에서 작품을 판매할 때 본인이 아닌 대작 작가가 그렸다는 사실을 작품 구매자들에게 알려왔는지 △조씨가 직접 그렸는지 여부가 구매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였는지 등이다.

2심은 본인 창작물을 본인 이름으로 판매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작품은 조씨 아이디어였고, 대작 작가는 손을 빌려준 보조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조씨의 창작물이라고 봤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검찰은 조씨가 조수 없이 그림을 직접 그린다고 언급했던 과거 인터뷰 내용을 제시했다. 작품을 사들인 사람이 대작화가가 그렸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지 않았을 거라는 진술도 내놓았다.

검찰은 "송씨 등이 모든 부분을 채색해 전달했고 완성된 그림에 조씨는 덧칠만 하고 판매했다"며 "고액을 주고 그림을 구입한 이유는 유명 연예인이 직접 그렸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들은 대작인 것을 알았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거라고 하고, 전시회에 방문한 사람도 직접 그린 것인지 궁금해한다"며 "매우 중요한 정보이고 구매자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씨 측은 "회화에서 터치가 사라진 지 오래"라는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의 증인신문 내용을 언급했다. 조씨의 지시에 충실했다는 송씨 측 진술과 조씨가 방송 인터뷰에서 '칠하는 건 내가 하나 조수가 하나 똑같잖아'라며 작업 방식을 공개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조씨 측은 "화투라는 소재의 참신함이 본질이다. 이런 창작적 요소가 조씨로부터 비롯돼 단독 저작물임에 틀림없다"며 "미술계에서는 대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현대미술에서 잘 그리는 것은 필요충분 요소가 아니라 일부를 구성하는, 빌려 쓸 수 있는 손기술에 불과하다. 친작 여부에 대해 고지 의무를 일방적으로 인정할 필요 없다"며 "피해자로 취급된 구매자들은 화투라는 소재 독창성을 구매요인으로 진술해 조씨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양측 변론을 검토한 뒤 상고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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