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한 'R의 공포'…기준금리 또 내렸다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안재용 기자 2020.05.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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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성장률 '-0.2%' 전망…통화정책 무게중심 금리→국고채 등 자산매입 이동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두 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50%로 25bp(1bp=0.01%포인트) 낮췄다. 지난 3월 50bp '빅컷'에 이어 사상 최저 금리 기록을 다시 썼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제로(0) 퍼센트 근처로 떨어지고, 물가 상승률도 크게 낮아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코로나19 상황이 올해 2분기 중 정점에 이르는 상황을 전제로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 0.2%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전망치는 3.1%다.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1998년 -5.1%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코로나 19의 글로벌 확산 시나리오별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코로나 19의 글로벌 확산 시나리오별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코로나19 위기에 기준금리가 1.25%에서 0.50%까지 빠르게 내려왔지만,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낮다. 채권시장에서는 미중 분쟁 심화, 코로나19 2차 재확산 등 추가 악재가 없는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중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며 "자본유출 측면에서만 본다면 (한국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국가보다는 높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실효하한은 자본유출 가능성이나 통화정책 효과 등을 감안해 내릴 수 있는 기준금리 하한선을 말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0.00~0.25% 수준이다. 한미 금리차(미국 기준금리 상단기준)는 25bp에 불과하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상황과 국내경제에 대한 영향, 금융안정 상황 변화들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 이외의 정책수단도 적절히 활용해 통화정책을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한 국고채 매입에 적극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정부의 3차 추경재원 조달을 위한 국채발생 등 채권시장 수급불균형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무게중심이 전통적인 금리정책에서 자산매입과 같은 비전통적 정책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 같이 정례적인 자산매입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이 총재는 "국고채 단순매입은 시장불안에 대응하는 것으로 통화정책 기조의 추가 완화를 위해 장기금리의 하락을 도모하는 주요국의 대규모 양적완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기별로 자산매입 계획을 밝히고 있는 국가는 미국, ECB 등 기축통화국으로 한정된다"며 "호주나 인도네시아 같이 비정기적인 국고채 매입 정책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취임 이후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참석을 앞뒀던 조윤제 금통위원은 이날 기준금리 표결에 불참했다. 보유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고 있어,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결정에 참여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금통위원이 이해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금리결정에서 제척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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