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샛별배송 불안…오아시스·농협몰로 발길 돌린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0.05.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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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마켓컬리 직원 확진에…'온라인쇼핑 포비아'로 번져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부천 쿠팡물류센터와 관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9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28일 오후 대전의 한 도로에서 쿠팡 택배 직원들이 차량에 택배물품을 싣고 있다. 2020.5.28/뉴스1(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부천 쿠팡물류센터와 관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9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28일 오후 대전의 한 도로에서 쿠팡 택배 직원들이 차량에 택배물품을 싣고 있다. 2020.5.28/뉴스1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은 코로나19(COVID-19) 시대 언택트(비대면)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물류센터에서 확진 직원이 잇따라 나오는 집단 감염지가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불안감에 떠는 고객들이 온라인 주문을 두려워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28일 오후 방역당국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쿠팡 부천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모두 82명이다. 현재 상시 근무자, 일용직 근무자, 납품업체 직원 등 총 3626명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확진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달아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27일 오전 마켓컬리 일일 단기 직원 한명이 확진 통보를 받았다. 이 직원은 마켓컬리 서울 송파구 장지 상온1센터에서 지난 24일 하루 근무했고 지난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코로나19가 두렵다며 언택트를 위해 쿠팡, 마켓컬리 등에서 주문을 해온 소비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당황한 모습이다. 이날 온라인 맘카페 등에서는 "내 택배가 무섭다"며 "앞으로는 어떻게 쇼핑을 해야하냐"는 등의 글들이 연속적으로 게시됐다. '온라인쇼핑 포비아'로까지 번진 셈이다.



대전광역시 서구의 관저동 맘카페에는 "오늘 아침 아이들 우유, 요거트와 내 커피를 받았다"며 "워킹맘이라 (오프라인 장을 볼 시간이 없어 새벽배송을 시켰는데), 찝찝해서 박스를 현관에서 뜯어 내용물만 가지고 들어와 물로 씻었다"는 글이 게시됐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유식 재료를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상태인데, (받아보기가) 불안하다"고 글을 남겼다.

동부이촌동 커뮤니티에도 "유난 떤다는 소릴 들으면서도 알콜솜으로 받은 물건을 닦은 뒤 말려서 냉장고에 넣었다"는 글이 게시됐다. 또 다른 이는 "27일 아침 새벽배송을 받았는데, 찝찝해서 다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부는 BGF의 '헬로네이처', 지어소프트의 '오아시스' 등 다른 새벽배송 업체들을 찾아 나섰다. 한 주식 정보 공유 카페에는 "택배로 살아가고 계신 분들은, 오아시스나 헬로네이처는 아직 문제 터진 게 없으니 이쪽으로 배송을 시켜보자"는 글이 게시됐다. 또 다른 이는 "농협몰을 이용하거나, 현대백화점 식품관 새벽배송을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며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마켓컬리 물류센터 근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28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합물류단지에서 마켓컬리 로고가 새겨진 배송 차량이 보이고 있다. 2020.05.28.   yesphoto@newsis.com[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마켓컬리 물류센터 근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28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합물류단지에서 마켓컬리 로고가 새겨진 배송 차량이 보이고 있다. 2020.05.28. [email protected]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을 하는 이들에게는 "온라인으로 배송을 받아보는 자체가 위험하다"는 반박 댓글이 달렸다. 송파 맘카페에는 "장지동 물류센터가 대부분 택배하는 곳의 집합소라, 불안함이 가중된다"며 "앞으로 찝찝해서 못 시키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이는 "택배상자에서 전염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불안하다"며 "종이에서 만 하루는 생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더 무섭다"고 썼다.


방역당국이 택배를 통한 전파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쇼핑 포비아'가 퍼지는 모습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택배를 통한 감염의 확산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택배를 통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온라인쇼핑 포비아' 때문에 앞으로 온라인쇼핑 대신 마트, SSM(기업형슈퍼마켓),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을 찾겠다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송파맘 카페에는 "그래서 오랜만에 전통시장을 찾아 다녀왔다"는 글이 게시됐다. 일부 사람들은 극도의 언택트를 위해 "냉파(냉장고에 저장해둔 음식 파먹기)를 하겠다"는 선언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온라인쇼핑 포비아'로 인해 기존에 언택트 수혜를 입었던 쿠팡, 마켓컬리는 앞으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SK증권과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1분기 온라인 결제액은 4조8400억원으로 추정됐다. 1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성장한 1조4400억원을 기록했으며, 2월에는 23.4% 증가한 1조6300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에도 26.3% 성장하며 1조77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당초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결제액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 같은 전망은 부정적으로 수정되고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 4289억원, 영업손실 986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수혜로 빠른 성장이 예상됐었다. 이 같은 성장 가능성에 따라 지난 8일엔 올해 스타트업 최대 규모인 2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마켓컬리도 확진자가 나오며 코로나19 유탄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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