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이마트' 강희석의 실험 월계점 오픈…쿠팡 잡을까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0.05.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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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강점 있는 '신선식품' 매장 늘리고 비중 확대해 강화…e커머스 위기 딛고 '대형마트의 미래'되나

28일 오전 9시30분. 오픈 30분 전 이마트타운 월계점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줄 서있다. /사진=이재은 기자28일 오전 9시30분. 오픈 30분 전 이마트타운 월계점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줄 서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혼자 먹을 거라… 비계 없는 쪽으로 고기 50g만 주세요."
"와, 청소기가 가볍고 먼지가 쏙쏙 빨리네."



'이마트 미래형' 점포라고 불리는 이마트타운 월계점이 28일 문을 열었다. 지난해 취임한 강희석 이마트 대표의 기존점 리뉴얼 사업 첫 모델이다. 이마트타운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감을 보여주듯 오전 10시 오픈 30분 전부터 매장 밖엔 긴 줄이 늘어섰다.

오픈 후 입장한 월계 이마트타운은 코로나19(COVID-19)가 한창임에도 달라진 모습을 살펴보려는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수백명의 고객들은 오픈과 함께 곧바로 2층 '레고스토어'로 향했다.



이날 월계 이마트타운에만 들어온 한정판 레고를 구하기 위해서 긴 줄을 선 것이다. 근처 지역엔 없는 레고스토어를 입점시킨 게 입소문을 타면서 모객에 성공한 셈이다. 레고스토어 점원은 "입장한 고객분들이 많은 양을 사가시고 계셔서 입장이 늦어지고 있다"며 "줄을 서서 기다려달라"고 안내했다.
28일 이마트타운 월계점 레고스토어 /사진=이재은 기자28일 이마트타운 월계점 레고스토어 /사진=이재은 기자
레고스토어 옆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서점인 아크앤북(ARC·N·BOOK)과 350평 규모 체험형 가전매장 일렉트로마트, 스포츠 액티비티 키즈카페 '바운스트램폴린' 등이 입점했다. 모두 고객들이 직접 체험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이마트타운은 집객력 있는 전문점을 도입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극대화해 '고객이 찾고 싶은 매장'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일렉트로마트는 제품을 체험해보는 이들로 발디딜 틈 없었다. 특히 다이슨 에어랩으로 머리를 직접 말아보는 고객들과, 다이슨 청소기로 매장 구석구석을 청소해보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고객들을 넓은 매장으로 끌어들여, 사고팠던 가전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게 한 이마트타운의 계산이 적중했다.
28일 이마트타운 월계점 일렉트로마트 /사진=이재은 기자28일 이마트타운 월계점 일렉트로마트 /사진=이재은 기자
복합쇼핑몰을 지향한 곳 답게, 백화점 수준의 구색을 갖춘 임대 매장들도 눈에 띄었다. 지오지아, 쉬즈미스, 톰보이, 코오롱 등 백화점에 입점하던 의류 매장들이 다수 들어왔고, '더럭셔리몰'이란 병행수입 명품을 파는 매장도 입점했다. 뷰티편집샵 눙크(nunc)에선 백화점에서처럼 모델을 앉혀놓고 파운데이션 시연을 보이기도 했다.

푸드코트도 강화했다. 가족끼리 찾는 이들을 위해 키즈존을 만들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뒀고, 동시에 홀로 찾는 이들을 위해 칸막이로 구분된 1인석도 준비했다. 이곳에는 콘센트까지 준비돼있었는데, 실제 이날 이 자리에 앉아 충전하며 노트북을 하던 이도 있었다.


1층엔 이마트의 핵심경쟁력이 모두 집약돼있었다. 여느 마트나 매장 앞쪽엔 과일 등 신선식품을 위치해 고객을 유인한다. 월계 이마트타운 역시 과일과 채소를 오른쪽 전면에 배치했다. 하지만 왼쪽 전면엔 어묵, 만두, 회초밥 등 델리(완성 식품)을 위치했다.

최근 완제품 요리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식품 트렌드를 반영해 델리 매장을 확대하고 매장 앞쪽으로 뺀 것이다. 이어 반찬, 밀키트 등을 배치해 고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실제 한 부부는 어묵 부근에서 한번, 꼬치 부근에서 한번, 반찬 부근에서 한번 멈춰 물건을 골라 담은 후에야 매장 안으로 이동했다.
28일 이마트타운 월계점 정육 코너 /사진=이재은 기자28일 이마트타운 월계점 정육 코너 /사진=이재은 기자
'저가 할인 행사' 대신 물건에 이야기를 입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도 도입됐다. 이를 위해 과일, 수산, 정육 코너 위엔 모니터가 한대씩 설치됐다. 각 모니터에서는 이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 상품으로는 어떻게 요리해먹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가 담긴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신선식품의 강자 이마트는 '오더메이드' 서비스를 월계점 수산, 정육 코너에 도입해 고객 각각의 세밀한 취향을 맞출 수 있게 했다. 보통 온라인에서 고기를 살 때는 최소 300g이상씩을 주문해야하고, 고기 두께나 비계 비율, 염지 여부 등을 요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준비해준다. 혼자 먹을 고객들은 50g씩 고기를 주문했고, 무염식을 하는 고객은 고등어에 소금을 뿌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온라인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신선식품이 꼽혀온 만큼, 월계점은 신선식품 크기와 비중도 크게 늘렸다. 기존 1100평(3636㎡)이었던 신선식품 매장을 1200평(3966㎡)으로 확대하고, 비식품(키친·속옷·세제 등) 매장을 3600평(1만1900㎡)에서 500평(1652㎡)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 같은 신선식품 강화가 e커머스의 위기와 맞물려 이마트의 화려한 부활을 가능케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고객은 "언택트(비대면) 기조에 따라 장보는 대신 쿠팡이나 마켓컬리에서 주문해 새벽에 신선식품을 받았었는데, 여러 명의 손을 거친다는 걸 알게 된 뒤 아무래도 오프라인 마트에서 직접 물건을 보고 내 손으로 사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월계점은 인구가 많은 노원구에 위치해 가족단위 고객이 많고, 1~2인 가구 비중도 커서 강 대표의 실험 첫번째 점포로 선정됐다. 강 대표의 첫 실험작 월계점이 성공할 경우 올해 안에 이마트타운은 적어도 5~6개, 최대 10개 점포로까지 확장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타운은 기존에 이마트가 잘 했던 점들을 더 강화한 매장이다"라면서 "먹고, 놀고, 배우고, 즐기는 복합 공간으로 만들어 대형마트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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