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9시30분. 오픈 30분 전 이마트타운 월계점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줄 서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와, 청소기가 가볍고 먼지가 쏙쏙 빨리네."
오픈 후 입장한 월계 이마트타운은 코로나19(COVID-19)가 한창임에도 달라진 모습을 살펴보려는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수백명의 고객들은 오픈과 함께 곧바로 2층 '레고스토어'로 향했다.
28일 이마트타운 월계점 레고스토어 /사진=이재은 기자
일렉트로마트는 제품을 체험해보는 이들로 발디딜 틈 없었다. 특히 다이슨 에어랩으로 머리를 직접 말아보는 고객들과, 다이슨 청소기로 매장 구석구석을 청소해보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고객들을 넓은 매장으로 끌어들여, 사고팠던 가전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게 한 이마트타운의 계산이 적중했다.
28일 이마트타운 월계점 일렉트로마트 /사진=이재은 기자
푸드코트도 강화했다. 가족끼리 찾는 이들을 위해 키즈존을 만들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뒀고, 동시에 홀로 찾는 이들을 위해 칸막이로 구분된 1인석도 준비했다. 이곳에는 콘센트까지 준비돼있었는데, 실제 이날 이 자리에 앉아 충전하며 노트북을 하던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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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엔 이마트의 핵심경쟁력이 모두 집약돼있었다. 여느 마트나 매장 앞쪽엔 과일 등 신선식품을 위치해 고객을 유인한다. 월계 이마트타운 역시 과일과 채소를 오른쪽 전면에 배치했다. 하지만 왼쪽 전면엔 어묵, 만두, 회초밥 등 델리(완성 식품)을 위치했다.
최근 완제품 요리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식품 트렌드를 반영해 델리 매장을 확대하고 매장 앞쪽으로 뺀 것이다. 이어 반찬, 밀키트 등을 배치해 고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실제 한 부부는 어묵 부근에서 한번, 꼬치 부근에서 한번, 반찬 부근에서 한번 멈춰 물건을 골라 담은 후에야 매장 안으로 이동했다.
28일 이마트타운 월계점 정육 코너 /사진=이재은 기자
신선식품의 강자 이마트는 '오더메이드' 서비스를 월계점 수산, 정육 코너에 도입해 고객 각각의 세밀한 취향을 맞출 수 있게 했다. 보통 온라인에서 고기를 살 때는 최소 300g이상씩을 주문해야하고, 고기 두께나 비계 비율, 염지 여부 등을 요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준비해준다. 혼자 먹을 고객들은 50g씩 고기를 주문했고, 무염식을 하는 고객은 고등어에 소금을 뿌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온라인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신선식품이 꼽혀온 만큼, 월계점은 신선식품 크기와 비중도 크게 늘렸다. 기존 1100평(3636㎡)이었던 신선식품 매장을 1200평(3966㎡)으로 확대하고, 비식품(키친·속옷·세제 등) 매장을 3600평(1만1900㎡)에서 500평(1652㎡)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 같은 신선식품 강화가 e커머스의 위기와 맞물려 이마트의 화려한 부활을 가능케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고객은 "언택트(비대면) 기조에 따라 장보는 대신 쿠팡이나 마켓컬리에서 주문해 새벽에 신선식품을 받았었는데, 여러 명의 손을 거친다는 걸 알게 된 뒤 아무래도 오프라인 마트에서 직접 물건을 보고 내 손으로 사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월계점은 인구가 많은 노원구에 위치해 가족단위 고객이 많고, 1~2인 가구 비중도 커서 강 대표의 실험 첫번째 점포로 선정됐다. 강 대표의 첫 실험작 월계점이 성공할 경우 올해 안에 이마트타운은 적어도 5~6개, 최대 10개 점포로까지 확장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타운은 기존에 이마트가 잘 했던 점들을 더 강화한 매장이다"라면서 "먹고, 놀고, 배우고, 즐기는 복합 공간으로 만들어 대형마트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