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공 철광석 값…철강업계 "코로나19로 이거 하나 믿었는데"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5.28 16:14
글자크기
럭비공 철광석 값…철강업계 "코로나19로 이거 하나 믿었는데"


냉·온탕을 반복하는 철광석 가격 흐름 탓에 철강업계 시름이 깊다. 코로나19(COVID)에 따른 전 세계 철강 수요 위축도 힘든데 핵심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까지 최고치로 뛰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높다.

28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주요항 CFR(운임 포함 인도가격) 기준 주간 평균 철광석 가격은 지난주 톤당 97.6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1~2월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될 때는 철광석 가격이 내림세를 보였다. 1월 셋째 주 96.67달러였던 가격이 2월 첫째 주는 82.44달러로 14.7%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철광석 가격은 수직 상승한 뒤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 사태가 미국과 유럽에서 무서운 속도로 번졌고 철강 제품 수요도 위축됐지만, 철광석 가격은 83~90달러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한다.

철광석 양대 산지인 브라질과 호주에 각각 폭우와 사이클론이 덮쳐 현지 광산업체들이 1분기 생산량을 크게 낮춘 탓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철강업계의 유일한 반사이익인 원자재 값 하락 효과가 한 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브라질과 호주의 이상 기상 사태는 5월 들어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철광석 가격은 내릴 줄 몰랐다. 5월 첫째 주 83.06달러였던 가격은 넷째 주 97.61달러로 불과 3주 만에 17.5% 뛰었다. 철광석 주요 산지인 브라질까지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며 제대로 철광석 채굴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브라질 확진자 수는 불과 하루 만에 1만6000명 이상 급증해 총 34만7400여명으로 늘었다. 총 확진자 수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부상했다. 특히 철광석 채굴이 많은 지역에서 감염병이 확산돼 철광석 생산 둔화는 자칫 장기화할 수 있다.

중국 철강업계의 업무 복귀도 철광석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이다. 중국이 감염병 국면에서 빠르게 탈출하고 현지 공장이 속속 가동에 돌입하자 지난달 중국의 철강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9% 늘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중국이 다시 제품 생산을 위해 철광석을 대대적으로 수입하며, 가격 상승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예상과 전혀 다르게 움직여 언제쯤 가격이 안정될 지 예단할 수 없다"며 "지금처럼 철광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철강업체 실적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