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성공에 취해…정은경도 코로나 2차 유행 쓴소리 못해"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0.05.2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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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쿠팡 물류센터' 등 지역 사회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재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강양구 과학전문기자가 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강 기자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부터 일부전문가까지 다들 '할 수 있다' 혹은 '해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다들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는 상황에 찬물 끼얹기 미안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고 썼다.

강 기자는 과거 '프레시안'에서 과학기술, 환경 담당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뉴스톱 이사 겸 팩트체커이자 지식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과학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금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이태원발 집단 감염이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잡히기는커녕 'N차 감염'의 형태로 지역 사회로 계속해 확산 중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당국은 쉬쉬하고 있지만 애초 집단 감염의 발원지였던 5월 초 연휴 기간의 이태원 클럽 방문자 전수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러 이유로 검사에 응하지 않았던 이들의 감염 가능성이 검사에 응한 이들보다 적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확진 환자 외 최소한 몇몇의 숨은 감염자가 지역 사회에서 또 다른 전파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눈에 보이는 N차 감염과 방역 당국이 포착 못 한 눈에 보이지 않는 N차 감염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6월이 되면 후폭풍이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한 상황에서 이태원에서 시작한 N차 감염은 언제든지 새로운 집단 감염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지난 6일부터 수십 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택배 물류 센터가 그런 예"라고 설명했다.

강 기자는 "물류 센터에서 시작한 감염이 확진 환자의 가족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로 전파 중인데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이태원발 N차 감염에, 6월엔 물류센터발 N차 감염이 겹치면서 수도권 중심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도 점쳤다.

또한 지난 27일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개학을 '등교 흉내내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등교 개학의 시작이 교사 인력 소비와 방역 구멍의 원인이라고 봤다.

강 기자는 "대통령부터 국무총리까지 'K-방역' 성공 사례를 만들자고 한목소리로 버티니 전문가조차도 목소리를 못 낸다"며 "지금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전문가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역 당국은 '하루 50명 이내의 신규 확진 환자' '전파 경로 미파악 확진자 비율 5% 이내' 등의 조건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언급했다"며 "지금은 그런 조건을 염두에 뒀을 때 이태원발 집단 감염도 통제가 안 되고 있으며, 새로운 위험 요인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정은경 본부장이 'K-방역 성과에 취할 때가 아니라 2차 유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쓴소리를 주저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을 지킨 정치인'으로 기억될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정치인'으로 기억될지, 지금이 기로인 것 같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같은 날 강 기자의 글을 공유하며 "K-방역 국뽕, 걱정이다"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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