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등대 공장'...'유턴기업' 길 밝힌다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우경희 기자, 김주현 기자 2020.05.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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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메이드 인 코리아']⑤'스마트'한 기업이 돌아온다 (下)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제조업 리쇼어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봉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소비시장과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제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짜인다. 대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전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AI가 바꾼 대장간의 미래..기업유턴 인프라가 뜬다
[포항=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9일 경북 포항 포스코 스마트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1.09. since1999@newsis.com[포항=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9일 경북 포항 포스코 스마트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1.09. [email protected]


"스마트 팩토리로 가면 생산량도 늘어나고, 위험도 줄고, 여러 가지로 좋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경북 포항의 포스코 제2고로를 찾은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사실 포스코 '제2고로'는 AI(인공지능) 데이터 기반의 최첨단 설비를 갖춘 포스코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이다.



◆ 대통령도 잡아끈 '스마트 제철소'...기업유턴 인프라의 핵심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 센서에서 얻어진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저장하는 '스마트데이터센터'를 통해 '스마트 고로'인 제2고로에서 쇳물을 만든다. 스마트 고로는 AI(인공지능) 기술로 고로를 자동 제어해 원가절감과 품질향상 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스마트 공장 플랫폼인 '포스프레임'을 통해 지난 50년간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공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스스로 학습해 생산과정을 제어하는 스마트 제철소를 구현한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최근 가동한 전남 광양 데이터센터도 같은 맥락이다. 2012년 충복 충주, 2018년 포항에 이은 삼각 데이터센터망 구축을 끝낸 것으로 스마트 공장 인프라의 화룡점정을 찍었다는 평이다.

사실 높은 인건비와 경직된 노동문화, 비친화적 조세제도 등은 리쇼어링(해외투자기업의 국내 유턴)을 가로막는 허들이다. 이런 허들을 넘으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 만큼 중요한 것이 기업 혁신이다. 스마트 제철소를 통해 발 빠르게 저비용·고효율·고품질 시스템 구축한 포스코의 변화는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 국내 최초 '등대공장'...제조업 미래 달렸다

국내 최초 '등대 공장'...'유턴기업' 길 밝힌다
지난해 7월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포스코를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세계의 등대공장'으로 선정했다. 어두운 밤에 빛을 밝혀 길을 안내하는 ‘등대’처럼 IoT와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활용해 제조업의 미래형 공장에 주는 명예다.

포스코의 등대공장 선정은 쇳물이 쏟아져나오는 고로가 오래된 장치산업의 상징이라는 고정관념 자체를 바꿨다. 실제 스마트 제철소를 구현하면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21건의 공정 혁신 과제를 수행했는데, 모두 기존 기술로 개선이 어려운 난제들이었다. 이를 통해 아낀 원가만 2520억원에 달할 정도다. 포스코 관계자는 "후판-자동차강판-에너지 발전공장으로 스마트 팩토리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스마트 공장은 중소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져 상생협력의 발판 역할을 한다. 포스코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및 스마트화 역량강화 컨설팅' 사업을 추진 중이며, 2023년까지 200억원을 투자해 1000개 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상생형 스마트공장은 지난해 총 110개 중소기업에서 구축했다. 이중 성과 측정이 완료된 25개사를 조사한 결과 스마트 사업이 적용된 설비·공정에서 생산성과 품질은 각각 43%, 52% 증가했다. 반면 비용과 납기는 27% 정도 줄어든 효과를 봤다.

포스코 경쟁사인 현대제철도 '스마트 엔터프라이즈'를 앞세운 스마트 공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 공장이 기존 제조·생산 부문의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줘 있다면 스마트 엔터프라이즈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시스템과 인프라, 프로세스 전 부문에 걸쳐 스마트 관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스마트 엔터프라이즈의 핵심인 생산 부문을 비롯한 영업·구매까지 아우르는 유기적 네트워킹과 융합으로 고객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성을 담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우경희 기자

통신사들이 '공장'에 달려간 3가지 이유

2019년 2월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MWC 2019에서 KT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이 5G 팩토리 존에서 협동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KT2019년 2월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MWC 2019에서 KT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이 5G 팩토리 존에서 협동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KT
#. “지니야 A기계 부품 박스 이쪽으로 가지고 와줘. 검사 끝난 제품은 B구역으로 옮겨주고.” 스마트공장 작업자가 AI(인공지능) 협동로봇에게 명령을 하자 로봇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쪽에선 사람의 눈처럼 사물을 인식하도록 만든 ‘머신 비전’이 적용된 로봇이 외관을 확인해 불량품을 걸러내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장비를 실시간으로 관제하는 모니터링 화면에는 협동로봇과 머신 비전 로봇의 온도, 상태, 실시간 공정현황 등이 떠있다. 장애가 발생하면 관리자 스마트패드에 알림이 울리고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 도입될 스마트팩토리의 모습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G 기반의 AI(인공지능) 영상분석, AR(증강현실) 등 IT 기술과 5G 네트워크 기술을 적용해 똑똑한 공장을 만드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제조 공장 오류 상황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프라이빗’(Private) 5G 네트워크를 도입해 스마트 팩토리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수십여 중소 협력사들도 SK텔레콤의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도 5G 스마트 발전소를 짓는다. 드론으로 실시간 댐과 수위를 감시하고, 현장상황을 공유한다.

KT도 지난해 5월부터 다양한 제조기업들과 스마트팩토리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로봇 개발 및 선박 건조 기술에 KT의 통신망, 빅데이터 등을 결합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대건설이 짓는 건설 현장엔 5G 기반 자율운행 로봇을 투입한다. LG유플러스도 최근 공장·병원·항만·물류창고 등 산업 현장의 스마트화를 지원하기 위한 ‘5G 기업전용망’ 서비스를 출시하며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 2019'에서 LG전자, LG CNS와 손잡고 5G망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 서비스를 공개했다. MWC 현지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금형 기술 센터를 연결해 물류작업 및 환경 모니터링의 원격화·무인화 기술을 소개했다./사진=LG유플러스LG유플러스는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 2019'에서 LG전자, LG CNS와 손잡고 5G망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 서비스를 공개했다. MWC 현지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금형 기술 센터를 연결해 물류작업 및 환경 모니터링의 원격화·무인화 기술을 소개했다./사진=LG유플러스
이처럼 통신사들이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앞다퉈 나서는 데는 시장 포화기에 접어든 일반 소비자(B2C) 통신시장과 달리, 새로운 ‘황금알’ 시장으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5G 네트워크를 제조 설비와 사업장이 자동화되면 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트래픽량이 늘어난다. AI, 빅데이터 등 IT 기술과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도 얻을 수 있다. B2C 시장과 달리 통신비 인하 압박도 없다. 이통사들이 자연스럽게 공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5G 상용화 1년 만에 가입자 588만명을 모았지만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게 4G LTE와 다른 가치를 제공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반면 초연결·초저지연·초고속 등 5G 특성이 제조업 혁신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5G가 스마트오피스,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미디어, 공공안전 등 B2B 영역에 적용될 경우 2030년까지 국내 시장에서만 약 42조원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유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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