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前 할머니 출마 막은 윤미향, 2012년엔 대체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0.05.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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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시절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2020.3.11/뉴스1(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시절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2020.3.11/뉴스1


지난 4·15 총선에서 21대 국회에 입성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012년 이용수(92) 할머니의 비례대표 출마를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시 "국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 할머니의 출마에 반대했던 윤 당선인이 8년 후 같은 명분을 내걸고 국회의원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을 옹호하는 측에선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과 갈라선 결정적 배경에 이런 사정과 함께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가 '배후'에 있다고 의심한다.



李할머니 "출마해 위안부 해결"…윤미향 "국회의원 안 해도 된다"
27일 CBS 노컷뉴스가 보도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2012년 '4·11 총선(19대 총선)을 앞둔 3월8일 윤 당선인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죽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한 이 할머니에게 "국회의원을 안 해도 (위안부 운동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아울러 "(할머니의) 총선 출마를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이 싫어한다"는 취지의 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이 왜 기분 나빠하느냐. 그런 것 때문에 할 것 안 하고(하지 않는다)"며 출마 의사를 고수했다.



李할머니, 고령 이유 등 '비례 공천' 탈락…윤미향 시민단체 몫 당선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5.25/뉴스1(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5.25/뉴스1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의 만류에도 엿새 뒤인 2012년 3월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출마 선언을 한 뒤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당시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을 맡고 있던 최 대표와 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위 위원장이었던 최봉태 변호사 등이 이 할머니의 공천 신청을 도왔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그러나 공천 심사 과정에서 고령(당시 84세) 등의 이유로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었던 윤 당선인은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 몫으로 당선권인 7번 순번을 받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시민사회 활동가 본연의 위안부 운동을 명분으로 이 할머니의 출마를 반대했던 윤 당선인이 정작 자신은 시민단체 몫의 자리를 배정받아 국회에 진출한 셈이다. 통화 녹취록의 사실 여부와 전후 사정에 대해선 윤 당선인의 해명과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배후설' 김어준 "李할머니 출마 최용상이 도와, 이번 회견에도 관여"
방송인 김어준방송인 김어준
반대로 윤 당선인을 옹호하는 범여권 일각에선 이 할머니의 8년 전 출마 시도를 이번 폭로의 배경이자 '배후론'의 근거 중 하나로 삼는 주장들이 나온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방송인 김어준씨는 전날 최 대표가 이 할머니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2012년 당시 이 할머니의 출마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 할머니의 얘기와 (최 대표가 이끄는) 인권당이 주장하는 게 비슷하다"며 "이 할머니가 2012년 국회의원이 되시려고 한 적이 있는데 함께 한 것이 바로 최용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이 할머니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천을 신청했는데)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에선 관심이 없었고, 민주(통합)당에 서류를 신청했지만 공천은 안 된 것으로 안다"며 "그 이후 (할머니와 최 대표의) 관계는 모르지만 (할머니의) 첫 번째 회견에 (최 대표의) 관여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5일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을 문제삼은 이 할머니의 회견 내용을 거론한 뒤 "최 대표의 논리가 사전 기자회견문에도 등장한다. (이 할머니가) 최근 알게 됐다는 정보 중 하나(의 출처)가 인권당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李할머니 '나를 못하게 하더니 네가 정치하냐'는 것"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5.25/뉴스1(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5.25/뉴스1
김씨는 아울러 최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데 대해 "윤미향과는 무관하다. 윤미향은 시민단체 추천 몫이고, 인권당은 소수 정당 몫이어서 '슬롯'이 다르다"며 "윤미향을 뽑기 위해 탈락시킨 게 아니다. (최 대표에게) 불만과 오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할머니에게 이른바 '왜곡된 정보'를 준 배후로 최 대표를 지목하면서 그 배경에 윤 당선인에 대한 사감이 작용했다고 추정한 것이다.

윤 당선인을 적극 옹호하는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할머니께서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대해서 저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이실까, 그 부분이 솔직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가 전에 공천을 신청한 건) 팩트다. 조금 더 젊으셨다면 직접 국회에 들어가서 일을 하셔도 이 문제해결을 위해서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할머니의 분노를 유발한 동기는 '네가(윤미향) 나를 정치 못하게 하더니 네가 하느냐인데 이건 해결이 안 된다"며 "이걸 배신의 프레임으로 정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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