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휴가, 10명 중 8명 국내여행 간다는데…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5.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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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을 고려 이유는 韓코로나 상황이 해외보다 낫다는 것 뿐…코로나 재확산하면 다시 고꾸라질 수도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한적으로 완화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서 있는 돌하르방이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한적으로 완화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서 있는 돌하르방이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가 만든 '여행절벽'으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올해는 국내, 이 중에서도 '거리두기'가 가능한 소도시나 자연 속에서 즐기는 휴가를 계획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이에 맞춰 '안전여행'을 테마로 한 국내여행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여행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코로나 위협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여행객들이 창고 속 여행캐리어를 꺼내들 지는 미지수다. 이태원 클럽발 확산에 이어 쿠팡, 마켓컬리 등 소비심리와 밀접한 이커머스 업계까지 코로나에 뚫리며 여행심리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행객 10명 중 8명 "비수기, 시골로 간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국내여행을 고려하는 여행객들이 증가세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 익스피디아가 한국인 여행객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자사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7% 올해 안에 국내여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이 일상화 된 최근 수년 동안 휴가계획에서 1순위가 해외여행, 2순위가 국내여행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여행에도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 표준)'이 제시되며 트렌드가 뒤바뀐 것이다. 실제 여행전문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여행 소비자 59%가 '향후 1년 간 여행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1월 초(24%)보다 35%p 늘어난 수치다.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한적으로 완화한 가운데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제주시 애월읍 한담산책로를 찾은 나들이객이 맑은 날씨 속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한적으로 완화한 가운데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제주시 애월읍 한담산책로를 찾은 나들이객이 맑은 날씨 속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행시기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여행의 기본 전제인 '7말8초'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익스피디아에 따르면 극성수기에 여행을 갈 것이라 응답한 비율은 10명 중 2명(21.7%)에 불과했다. 코로나 우려를 최소화 하기 위한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인파가 적은 비수기를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거리두기 원칙은 여행테마까지 바꾸고 있다. 여행객들은 유명 관광지인 제주와 부산 대신 사람이 적은 소규모 여행지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고성과 양양, 전라도 담양, 충청도 단양과 태안, 경상도 남해 등 군 단위 여행지로 떠나는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여행 OK, 정부 여행쿠폰 100만개 뿌린다
국내관광 활성화를 통해 내수 진작을 꾀하는 정부도 여행심리 회복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가 다소 진정세에 접어들자 K방역에 자신감을 갖고 철저한 방역을 지키는 선에서 국내 여행을 독려하고 나섰다. 정부는 전날(26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관광전략회의'를 열고 △관광객 분산 △방역 일자리 확충을 통해 여행객 감염 우려는 최소화하는 '안전여행'을 적극 추진키로 결정했다.

또 걷기길과 자전거길, 숨은 여행지 등 '생활 속 거리두기'가 가능한 여행지를 최대한 발굴해 여행 안전에 대한 저변도 넓힌다. 대체로 코로나 사태에 따른 국내 여행객들의 니즈와 일치하는 방향이다. 이에 더해 국내 온라인여행사(OTA), 숙박업소와 연계해 4만원 숙박할인 쿠폰 100만개를 지원하고 전국 놀이공원 최대 60% 할인, 관광벤처 상품 40% 할인 등 지역여행 할인 프로그램을 제공해 여행심리를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이태원 클럽 이어 쿠팡·컬리 뚫렸는데, 과연?
쿠팡은 25일 부천물류센터를 임시폐쇄조치 했다. 사진은 26일 오후 부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2020.5.26/뉴스1쿠팡은 25일 부천물류센터를 임시폐쇄조치 했다. 사진은 26일 오후 부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2020.5.26/뉴스1
하지만 국내여행 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마냥 낙관하긴 어렵다. 여행객들이 국내여행을 고려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국내 코로나 상황이 해외보다 낫다는 것 뿐인데, 최근 들어 국내 코로나 상황도 위기 조짐이 보인다는 점에서 여행심리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관광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5월 황금연휴를 마치자 마자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코로나 불씨가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국내 대표 이커머스 쿠팡 신선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40명에 육박하고 새벽배송 대표 업체인 마켓컬리까지 확진자가 발생, 2차 확산 위기가 불거지면서 여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택적 소비재인 여행은 소비심리가 악화하면 자연스레 고꾸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쿠팡과 마켓컬리로 대표되는 이커머스 유통산업이 코로나 확산 속에서도 소비 진작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는데, 이번 사태로 이커머스까지 코로나 위기가 닥치면 여행 회복도 미룰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름이 전통적인 여행 성수기란 점에서 7~8월 국내여행 수요가 오르긴 하겠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예년 만큼은 아닐 것"이라며 "최근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고 초중고교 등교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장 여행수요 회복을 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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