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재정이라는 3차 추경, 어떻게 추진해야 효과적일까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20.05.2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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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3차 추경의 명확한 목적과 효과적인 방법론이 중요하다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전시재정이라는 3차 추경, 어떻게 추진해야 효과적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 발언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에 대해 ‘경제 전시상황’임을 강조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난 1·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해 6월 중에 처리될 수 있도록 새 국회가 잘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위기 상황에 맞는 재정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기조에 발맞춘 확장재정편성에 방점을 두고 신속·과감·세밀의 3대 원칙으로 3차 추경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1930년대 경제대공황까지 소환될 정도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체인과 교역망이 붕괴되면서 각 국이 예외없이 과감한 확장적 재정의 힘으로 경제회복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록 재정건전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3차 추경의 필요성에 대해선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거의 50년 만에 처음 편성되는 3차 추경인 만큼 목적과 방법론 측면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이 있다.

◇고용 유지 vs 성장률 방어
지난 3월에 11조7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1차 추경은 주로 저소득층 현금지원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방역체계 보강 등에 쓰였다. 이어 4월에 추진된 2차 추경은 사상 최초의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4인 가구 100만원) 지급을 위해 총 12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문 대통령은 전시재정을 강조하면서 지난 1,2차 추경을 뛰어넘은 과감한 추경을 주문한 만큼 향후 추진될 3차 추경안에서는 20조~30조원 정도의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앞서 지난 20일 정부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총 3조5000억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여 공공부문 40만개와 민간부문 15만개를 합쳐 총 5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3차 추경안에서는 악화된 고용 문제 대응을 위한 예산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처럼 추경 예산을 투입해 단기적으로 공공일자리를 만들 경우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반면 코로나19로 글로벌 교역망이 붕괴되고 수출길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GDP 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내수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소비를 늘리던지 건설투자를 늘리던지 두 가지 방법뿐이다. 소비를 늘리려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게 효과적이며, 건설투자를 늘리려면 도로, 철도, 항만 등 대규모SOC 사업을 추진하거나, 규제를 완화해 주택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고,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부동산 규제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은 불변이어서 주택경기 부양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성장률 방어와 경기부양을 위한 선택지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위축된 가계소비를 늘리고 자영업자들의 매출을 동시에 늘리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기업 투자 지원 vs 자영업자 및 취약계층 지원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위축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투자 지원을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각종 금융 지원은 물론 단기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저신용 기업의 회사채 매입을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당면한 위기 속에서 기업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고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을 늘리는 등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한편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법인세 등 세제 부담을 감면함으로써 소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대응과 상관없이 이전부터 기업에서 꾸준히 주장해 온 내용들인데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과 조건도 다르며 대규모 공적자금 지원으로 구조조정을 회피하는 좀비기업이 양산되고 도적적 해이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뒤따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반면 코로나19로 충격에 버틸 여력이 있는 기업보다 영세한 자영업자와 취약 계층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 1차 추경에서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2조4000억원), 저소득층 지원과 양육수당 확대 등 민생안정 및 고용안정(3조원) 등 총 5조4000억원이 편성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매출이 끊어져 생계 위협에 시달리는 영세 자영업자들과 소득원 자체가 부족한 취약 계층을 가장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는 기존의 복지정책과 별 차이가 없고 경기를 부양한다거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과 다소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
정부가 당면한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바로 ‘뉴딜’로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이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린 뉴딜’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규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그린 뉴딜’은 10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경제정책의 모토인 ‘녹색성장’과 별로 다른 게 없지 않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2차 전지 기술이나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이 과거와 비할 수 없이 향상됐고,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함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도 유망한 분야이므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사업과 잘 매칭만 된다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한편 ‘디지털 뉴딜’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5G 통신망 등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비대면 디지털산업의 육성, 각종 SOC 시설의 디지털화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디지털 뉴딜이 기존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명칭만 변경한 것일 뿐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경안도 결국 기존 정책의 재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디지털화는 결과적으로 탈고용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용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안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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