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화재-카카오, 디지털손보사 설립 무산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5.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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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화재-카카오, 디지털손보사 설립 무산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와 국내 양대 포털 업체인 카카오가 디지털 종합손해보험회사를 함께 설립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양측이 합작사를 통해 공략하려던 시장과 전략에 대한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화재·카카오·카카오페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에 디지털손보사 설립과 관련한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해 오다 전격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핀테크(금융+기술)시장을 개척해 온 카카오는 보험 영역에서도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삼성화재와 함께 TF(태스크포스)를 꾸려 합작을 준비해 왔다. 당초 지난해 중 예비인가를 받고 올해 하반기에 본인가를 받은뒤 연내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사업의 방향성 등을 놓고 의견차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화재는 당초 카카오의 전략적 동반자로 참여해 최소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계획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보험 다이렉트 채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CM(온라인) 채널 판매 비중이 60%를 넘는 독보적 1위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한 보험사가 계열사 등을 통해 요율을 다르게 운영하지 못하도록 이른바 ‘1사 1요율’을 권고했다. 이는 양사의 합작사가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면 삼성화재는 다이렉트 채널을 통한 자동차보험 판매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이 때문에 앞서 한화손해보험도 SKT, 현대자동차 등과의 합작사인 캐롯손해보험을 만들면서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 등의 CM 채널 판매를 중단하고 캐롯손보에 넘긴 사례가 있다. 캐롯손보 설립 본허가 승인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간 수수료가 다른 2개의 채널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화손보가 체결한 기존 계약은 유지하되 현재는 설계사와 TM(텔레마케팅) 채널을 통해서만 자동차보험 등을 판매하고 CM 채널은 캐롯손보가 전담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카카오가 자동차보험 시장에 당장 뛰어들지 않기를 원했고, 카카오는 참여를 요구하면서 의견차를 줄이지 못했다. 양사는 합작사 설립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전략적 제휴 관계로 남기로 했다. 카카오는 삼성화재 외에 다른 합작사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화재와 카카오의 합작은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보험시장을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주목받아 왔다. 카카오의 플랫폼과 기술에 삼성화재의 업력과 노하우를 더해 보험상품 개발부터 가입까지 기존과 다른 신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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