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으로 폰은 사는데…통신비는 왜 못낼까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0.05.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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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처에 통신요금은 제한…"알뜰폰은 대부분 중소기업, 형평성에 흠"

18일 국내 유일 애플스토어 애플 가로수길이 코로나19 여파로 임시 폐쇄 이후 약 한달만에 재개장했다./사진=박효주 기자18일 국내 유일 애플스토어 애플 가로수길이 코로나19 여파로 임시 폐쇄 이후 약 한달만에 재개장했다./사진=박효주 기자


#. 직장인 김대명씨(가명)는 지난 주말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아이폰을 구매하는데 보탰다. 가로수길 애플 직영매장에서는 사용이 안되지만 리셀러샵인 광화문 프리스비에서는 사용이 가능했다. 김씨가 매장에 머무는 10분 동안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 전화가 3통이나 왔다. 매장 안에서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구매에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애플 리셀러샵 외에도 이동통신3사 직영점이 아닌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 통신요금 납부는 제한된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는 대부분 거주 지역 내 동네 상점이나 학원, 병원, 주유소 등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유흥 및 사행업종, 각종 공과금 등에서는 쓸 수 없다. 또 보험업과 교통·통신요금 등 카드 자동이체 건도 제한된다. 재난지원금이 대기업보다는 골목상권이나 중소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게 해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는 취지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단말기 구매에는 사용이 가능한데 통신요금 납부는 불가하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여전하다. 일반적으로 월별 통신비는 통신요금과 단말기구입비용 할부금을 더해 나간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통신비 항목에도 통신서비스요금과 단말 구입비용이 더해져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비중 가운데 통신비 비중은 5%(12만3000원)이다. 이 가운데 통신요금은 3.8%(9만4500원), 단말구입비는 1.2%(2만8300원)를 차지했다.

게다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아닌 알뜰폰(MVNO) 사업자는 대부분이 영세 사업자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의 18개 회원사 가운데 이통3사 자회사와 KB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중견기업 또는 중소기업이다. 이 때문에 긴급재난지원금의 취지를 고려해 이통3사 통신요금이 아닌 알뜰폰의 경우에는 통신비 납부를 허용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더구나 알뜰폰 업계는 가입자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알뜰폰에서 번호이동으로 이통3사로 이탈한 가입자 수는 △2018년 12만7852명 △2019년 27만6663명 등을 기록했다. 올해까지도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756만3580명으로 전체 이동통신가입자의 약 11%다


이에 협회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이동통신사는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통한 알뜰폰 가입자 빼가기를 중단하라"고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2일 통신 분야 실장급 정책협의회를 열고 이통3사의 알뜰폰 대상 불공정행위 근절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취지와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기조를 생각해보면 알뜰폰 통신요금을 납부할 수 없는 방식에는 아쉬움이 있다"며 "사용처 제한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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