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동산 규제 중 가장 센 '투기지역' 폐지한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0.05.2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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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규제 중에서 가장 강도가 센 것으로 알려진 '투기지역' 제도 폐지를 추진한다. 만든지 18년만이다. 투기지역이 당초 취지와 달리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과 대출·세제상 규제가 중첩돼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6일 정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규제지역 3종 세트'로 불리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중 투기지역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투기지역 지정 요건이 들어간 소득세법 시행령 168조를 일부 개정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정부 관계자는 "투기지역에 대한 규제가 다른 지역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규제를 단순화해 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독] 부동산 규제 중 가장 센 '투기지역' 폐지한다


2002년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투기지역은 국토부 장관이 요청하면 기재부 장관이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0%를 넘어서는 등의 요건이 충족되면 지정할 수 있다. 2018년 8월 마지막 지정됐는데 현재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를 비롯한 서울 15개구와 세종이 투기지역으로 묶였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도 모두 들어간다. 주택법 적용을 받는 다른 규제지역은 대출, 세제, 전매제한, 청약, 정비사업 등 주택과 관련된 모든 규제가 망라돼 차등 적용된다.

이와 달리 소득세법 적용을 받는 투기지역은 대출과 세제 중심으로 가장 강력한 규제를 적용해 왔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가 강화돼 여타 규제지역과 규제 강도가 사실상 비슷해졌다.


양도세 중과는 2017년 8·2 대책 때 조정대상 지역에 추가되면서 투기지역보다 도리어 규제가 세다. 투기지역은 1가구가 주택이나 분양권 3개 이상 보유했다가 매매시 양도소득세율 10%포인트가 추가되는데 조정대상지역은 2주택자 10%포인트, 3주택 이상 20%포인트 중과되기 때문이다.

대출규제는 2018년 9·13 대책부터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구분이 없어졌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가 40%로 동일하고 지난해 12·16 대책에 따라 15억원 초과시 주담대가 금지되며 9억원 이상은 LTV 20%를 적용한다. 주담대는 '1가구 1건'으로 제한되는데 1년 이내 처분 조건으로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한 점도 같아졌다.

투기지역은 주택 투기지역과 토지 투기지역으로 나뉘는데 토지 투기지역을 어떻게 규제할 것이냐가 마지막 검토 대상이다. 토지 투기지역은 지난 2008년 11월 해제된 후 한번도 지정되진 않았다. 토기 투기지역 대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실제 정부는 최근 땅값 급등 우려가 큰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투기지역을 폐지하면 '난수표' 같은 부동산 규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규제 효과도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 연구부장은 "대출, 세제, 청약 전매제도까지 부동산 규제가 규제지역별로 복잡하다보니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내놔도 '규제 내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책의 지속성과 함께 명료성도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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