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쇼크' 韓관광, K방역 앞세운 안전여행으로 살린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5.26 15:30
글자크기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제5차 국가관광전략회의'…국내 여행심리 촉진해 관광 내수 활성화

지난달 30일 제주시 애월읍 한담산책로를 찾은 나들이객이 맑은 날씨 속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지난달 30일 제주시 애월읍 한담산책로를 찾은 나들이객이 맑은 날씨 속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로 국내 관광산업이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정부가 '케이(K) 방역'을 중심으로 국민 여가심리를 촉진, 국내 관광 활성화에 나선다.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낳을 '여행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 표준)'을 대비해 관광산업 관련 규제도 과감히 푼다. 공유숙박과 캠핑산업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여행 트렌드 확산과 민간부문 성장을 꾀한다.

관광소비 11조 증발, 더는 안 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정세균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정부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관광전략회의'를 열고 '소중한 일상, 새로운 발견. 내 나라 여행!'을 슬로건으로 'K방역과 함께하는 관광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 및 '관광산업 규제혁신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정 총리는 "관광은 국민들에게 휴식을 주는 활동이나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여행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나 자신과 사회 안전을 지키며 즐길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올해 초부터 확산한 코로나19로 고사위기에 처한 국내 관광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코로나 사태로 국내외 여행수요가 바닥을 치며 관광업계 전반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가 낳은 국내 관광산업 피해는 심각하다. 문체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관광 관련 소비지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조원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로 국내외 하늘길이 막히고 여행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여행업 1조2778억원 △호텔업 4924억원 △유원시설업 3353억원 △카지노 4730억원 △국제회의업 2639억원 등 업종별 피해규모만 4조원(추정)에 달하고, 향후 소비전망도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K-방역으로 '안전여행' 하세요
4만원 여행쿠폰 100만개 뿌린다
/인포그래픽=문체부/인포그래픽=문체부
정부가 내놓은 관광 회복 카드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국내여행 활성화다. 코로나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방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달리, 아직 안심하긴 이르지만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여행 수요는 높은 회복 탄력성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서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코로나19 종식 후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국내관광'을 꼽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외에서 모범 사례로 꼽히는 정부·민간 차원의 방역 시스템을 적용한 '안전여행'을 적극 추진한다. 관광시설 대상으로 예약제와 인원제한 등 관광객을 분산하고 6500명 규모의 관광지 방역 일자리를 확충해 지속적인 방역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걷기길과 자전거길, 건강한 해양관광 10선 등 '생활 속 거리두기'가 가능한 숨은 여행지를 발굴해 관광객을 분산, 감염우려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꺼지기 직전인 국민 여가심리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여행혜택도 대폭 확대한다. 관광수요 촉진을 위해 오는 6월20일부터 시작되는 '2020 여행주간' 기간을 기존 2주에서 한 달로 확대(6.20~7.19)하고 기차부터 버스, 여객선까지 가격을 확 낮춘 전용 교통이용권을 출시키로 했다.


이 뿐 아니라 여행비용을 아끼면서 다양한 국내여행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할인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온라인여행사(OTA) 사업자와 숙박업소와 연계해 4만원 숙박할인 쿠폰 100만개를 지원하고 15만명을 대상으로 여행상품 선결제 시 30% 할인도 추진한다. 에버랜드 등 전국 놀이공원 최대 60% 할인, 관광벤처 상품 40% 할인 등 서울부터 부산까지 전국 각지에서 지역여행 할인을 제공한다.

코로나 뉴노멀 발 맞춰 관광산업 경쟁력↑
폐교에서 글램핑하고 공유숙박도 가능
/사진=캠핑아웃도어진흥원/사진=캠핑아웃도어진흥원
이날 회의에선 단순히 관광내수 활성화 방안 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코로나 등 예기치 않은 외부변수에도 버틸 수 있는 관광경쟁력 제고 방안도 화두에 올랐다. 코로나 사태가 낳을 여행의 새 트렌드에 대비한 관광전략 수립에 머리를 맞댔다. 정부는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불법숙박·야영장 단속과 음식점 위생 등을 종합 점검하는 동시에 △여행업 종사자 역량강화 교육 지원 △지역혁신창업가 발굴·육성 등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관광산업 침체로 이어지고 있단 점에서 위기를 기회 삼아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 민간부문 성장을 지원, 국내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한다. 이날 정 총리는 "관광산업의 빠른 회복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며 "과거에는 꼭 필요했던 제도가 이제는 불필요한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관계부처는 끊임없이 민간과 소통하면서 적극적으로 규제혁신에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관광 규제로 꼽히던 공유숙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종래 외국인 대상으로만 허용되던 '도시지역 민박업'을 내·외국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숙박 사업모델이 국내에도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유숙박 도입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기존 숙박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각계 의견이 담긴 제도개선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문체부/인포그래픽=문체부
코로나 시대의 가장 안전한 여행으로 부각된 야영산업(캠핑) 규제도 완화한다. 지난달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 전국 각지에 버려진 폐교 554개를 야영장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안전상 이유로 천막으로만 만들 수 있던 글램핑 시설물도 다양한 소재로 만들 수 있도록 규제특례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소규모 자본의 벤처 여행업 창업에 걸림돌이었던 일반여행업의 자본금 등록규정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춰 소자본이어도 아이디어를 무기로 창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국토의 64%를 차지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관광지 개발이 제한됐던 산지도 스위스 산악호텔 등을 벤치마킹해 산림휴양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휴식과 재충전 기회를 제공하고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는 관광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관광시장 회복이 필요한 때"라며 "아직 코로나19 방역의 긴장을 늦출 수 없지만 전 세계 모범이 되고 있는 K방역을 기반으로 안전여행을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