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중지 당뇨병약 26만명이 복용 중, 임의 중단 안된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0.05.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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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품목 제조·판매 잠정 중지…"추가 암 발생 가능성 낮아"

메트포르민 당뇨병치료제 31품목 잠정 제조·판매 중지 목록. 31개 품목 중 제품명과 성분이 같고 용량이 다른 경우는 표에 함께 기재했다./사진=지영호 기자메트포르민 당뇨병치료제 31품목 잠정 제조·판매 중지 목록. 31개 품목 중 제품명과 성분이 같고 용량이 다른 경우는 표에 함께 기재했다./사진=지영호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트포르민' 당뇨병 치료제 중 31품목에서 발암추정물질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31품목의 제조·판매를 잠정 중지하고 회수조치를 내렸다.



완제의약품 288개 품목 중 31개서 NDMA 나와
메트포르민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혈당조절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당뇨병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의약품 성분이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해외에서 메트포르민 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돼 회수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인체 발암 추정물질이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부터 국내 제조에 사용 중인 원료의약품, 제조 및 수입 완제의약품 수거·검사 등 조사를 실시했다. 또 업체가 자체적으로 시험할 수 있도록 NDMA 검출 시험법을 올해 1월 공개했다.



검사 결과 12개 제조소에서 제조한 원료의약품 973개는 모두 NDMA가 잠정관리기준(0.038ppm) 이하였다. 963개는 NDMA가 아예 없었다. 나머지 10개에서는 NDMA가 검출됐으나 용량이 0.010~0.016ppm였다.

완제의약품의 경우 수입제품 34품목은 NDMA가 모두 잠정관리 기준 이하였다. 국내 제품은 254품목 중 31품목에서 NDMA가 잠정관리 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이에 식약처는 잠정적으로 31품목의 제조·판매를 중지하고, 회수하도록했다.

문제 품목 처방 중지…"추가 암 발생 가능성은 낮아"
지난 25일 0시 기준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 수는 26만2466명이다. 해당 의약품 처방 의료기관은1만379개소, 조제 약국은 1만3754개소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NDMA가 검출된 31개 품목을 처방‧조제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날 0시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처방·조제를 차단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정지했다.

다만 31품목에 대한 인체영향평가 결과 이를 장기간 복용했더라도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았다.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10만명 중 0.21명'이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M7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추가 암 발생 가능성이 10만명 중 1명 이하인 경우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복지부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만큼 현재 처방받은 의약품 복용을 환자가 의·약사 상의 없이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처방을 원하는 환자는 해당 의약품의 복용여부 및 재처방 필요성을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복지부는 31품목의 회수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보고된 잠정 조제·판매 중지된 의약품의 유통 정보를 해당 제약사에 알릴 계획이다. 또 해당 의약품을 구매한 도매업체, 의료기관, 약국에도 의약품 공급내역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완제의약품 제조과정서 문제 발생 추정"
식약처는 '의약품 중 NDMA 발생원인 조사위원회'를 통해 메트포르민에서 NDMA가 검출된 원인 등을 조사·분석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식약처는 이번 메트포르민 NDMA 검출의 원인이 완제의약품 제조과정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의 경우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기준치 이상으로 발견됐지만, 메트포르민의 경우 원료의약품에서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현재 제약업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NDMA 등 불순물 발생 가능성 평가 및 시험·검사를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또 해외제조소에 대한 현지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NDMA 등 불순물 혼입 의약품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시 환자의 불편과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약계, 제약업계 등과 구성한 민·관 협의체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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