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덕방]'부자 집주인'한테 '전세권 설정' 선 넘었을까?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0.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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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확정일자 vs 전세권 설정, 법적 차이는?

편집자주 부동산과 법률이 만났습니다. 부동산과 관련한 궁금한 법률상식 '법덕방'이 풀어드립니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얼마 전 새 집을 전세 계약해 계약금을 넣었습니다. 집 주인이 부자라서 건물, 땅이 많고 법인으로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계약한 집도 근저당 하나 없는 '깨끗한' 집입니다.

그런데 부모님 말씀을 듣고 고민이 생겼습니다. 부모님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전세권 설정을 하고 들어가라고 하십니다. 저는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만 받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전세권 설정을 안 해놓으면 만에 하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게 됐을 때 제가 손해보는 부분이 있을까요? 전세권을 설정하는 것과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는 것은 무슨 장단점이 있나요? 둘 중 어떤 게 더 임차인에게 유리할까요?



확정일자와 전세권 설정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하면 담당공무원으로부터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전세권 설정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것이기 때문에 집 주인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도 다른데요. 집 주인으로부터 집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한 뒤 확정일자가 나오면 그 다음날부터 확정일자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전세권 설정은 설정된 당일부터 바로 효력이 발생합니다.



혹시 계약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 집 주인 사업이 잘못돼서 전세 보증금을 못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에 하신 질문인 듯합니다. 그러니 전세 보증금에 초점을 맞춰 확정일자와 전세권 설정을 비교해보겠습니다.

확정일자를 받아뒀다면 우선변제권과 함께, 소액임차인의 경우(서울특별시의 경우 보증금 1억 1천만 원 이하)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일정액수 한도에서 선순위 담보권자가 있다고 해도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니 확정일자만 잘 받아놔도 보증금을 날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덜어둘 수 있습니다. 얼마만큼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와 시행령 제10~11조를 참고하면 알 수 있습니다.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경매대금을 배당받는 식으로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경매대금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보증금을 다 받을 수도 있고, 다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건물에만 전세권 설정이 된 경우라면,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대지를 포함한 임차주택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 등에 우선하여 보증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 참조)과 달리 건물의 경매대금에 대해서만 배당받을 수 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상황이 어렵게 돼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기 위해 집을 경매에 넘기겠다고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확정일자만 받아놓은 경우, 임차인이 경매를 신청하려면 집 주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문을 받아야 합니다.



전세권을 설정해놓은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보증금을 못 받게 됐을 때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집을 경매에 넘길 수 있습니다.

다만 전세한 주택이 개별적인 구분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 소위 다가구주택이라면, 건물 일부에 전세권이 설정된 경우 전세권 목적물이 아닌 나머지 건물 부분에 대한 경매신청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의 입장에 비춰볼 때 전세금반환청구 소송으로 집행권원을 얻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전세권 설정이 강력한 수단인 것은 맞지만 보증금 반환에 가장 유리한 수단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게다가 전세권을 설정하려면 등록세, 등기신청수수료, 법무사비용 등 비용의 부담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확정일자만 받아도 보증금을 날릴 걱정은 덜 수 있으며, 소액임차인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해주는 액수를 우선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경매 과정에서도 보증금을 모두 변제받지 못하더라도 대항력을 갖춘 경우 임차권이 소멸되지 않습니다.

전세권 설정을 하면 전세권 설정된 액수에 대한 대비책이 되는 것이지만 집 주인과의 협의과정과 각종 추가비용을 감수해야 하고, 전세권을 설정했더라도 경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보증금을 다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세권 설정을 하든 안 하든 실거주를 한다면 확정일자를 받아 놓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집 주인과 협의해본 뒤 상황에 맞는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주민등록 이전이 어려운 경우라면 전세권 설정을 하는 것이 적절한 대비책입니다.



감수: 법률사무소 로앤탑 전선애 변호사

[법덕방]'부자 집주인'한테 '전세권 설정' 선 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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