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삼성전자↓…요즘 증시 '가치투자' 상식이 안 통한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5.2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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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

(성남=뉴스1) 조태형 기자 =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정상 출근을 계획했던 카카오와 네이버가 순환근무제 연장을 결정했다.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의 모습. 2020.5.11/뉴스1(성남=뉴스1) 조태형 기자 =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정상 출근을 계획했던 카카오와 네이버가 순환근무제 연장을 결정했다.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의 모습. 2020.5.11/뉴스1


고평가된 종목의 주가는 더 오르고 저평가 종목은 부진한 현상이 이어진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저평가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가치투자'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서도 가치주보단 성장주로 투자금이 쏠린다. 유동성이 만들어낸 상승장으로 인해 당분간 성장성이 높은 종목의 주가 상승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 주가 수익률이 높은 종목 대부분은 밸류에이션(기초체력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종목들이었다. 반대로 밸류이에션이 낮은 저평가 종목들은 한 달 동안 주가가 떨어지거나 기초지수 대비 낮은 성과를 보였다.



통상 밸류에이션이 높으면 주가 조정이 이뤄지고,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에는 자금이 몰리면서 주가가 오르는 것과는 반대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종목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주가와의 관계를 종종 주인과 개의 관계에 비유하곤 한다. 산책을 나갈 때 개(주가)가 주인(펀더멘털)보다 앞서나갈 순 있어도 산책이 끝나면 결국 개는 주인에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치투자'의 기본원리고, 벤저민 그레이엄 이후 100여년간 증권가의 상식으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는 오히려 고평가 종목들의 주가가 더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주가의 적정 수준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가 PER(주가순수익비율) 인데, 통상 코스피 시장에선 PER 10배를 기준으로 고평가 주식과 저평가 주식을 나눈다.

현재 코스피에서 고평가 주식 중 가장 시장의 관심을 끄는 건 카카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12개월 전망 PER는 58배에 달하지만 이달 들어 주가는 34%나 급등했다. 지난 22일 기준 시가총액은 21조5062억원으로 현대차(20조1916억원)를 제치고 시총 9위에 올랐다. 현재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1만5000원(6.07%) 오른 26만2000원을 기록하며 시총 순위도 LG생활건강을 제치고 한단계 위로 더 올라섰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제18회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CVF(컴퓨터비전재단) 국제컴퓨터비전학술대회(ICCV 2019)에서 참가자들이 네이버 부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올해로 18회를 맞는 2019 IEEE/CVF 국제컴퓨터비전학술대회는 시각지능, 인공지능 분야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회로, 총 1,077편의 논문이 발표되고 전세계 70여개의 인공지능 관련 기업의 제품과 기술이 전시된다. 2019.10.29/뉴스1(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제18회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CVF(컴퓨터비전재단) 국제컴퓨터비전학술대회(ICCV 2019)에서 참가자들이 네이버 부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올해로 18회를 맞는 2019 IEEE/CVF 국제컴퓨터비전학술대회는 시각지능, 인공지능 분야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회로, 총 1,077편의 논문이 발표되고 전세계 70여개의 인공지능 관련 기업의 제품과 기술이 전시된다. 2019.10.29/뉴스1
NAVER도 마찬가지다. PER 37.15배인 NAVER는 이달 들어 주가가 16.7% 오르며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PER이 201.52배에 달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주가가 6.4% 올랐고, PER 49배의 셀트리온헬스케어도 7.3% 상승했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업체 알테오젠은 피하주하 제형 변형 플랫폼인 '하이브로자임'(Hybrozyme)에 대한 기대감에 이달 들어 주가는 2배 이상 급등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 341.8배에 달하지만 주가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반면 PER이 낮은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은 이달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삼성전자의 PER는 11.15배에 불과하지만 이달 주가는 2.5% 하락했다. 같은 반도체 업종인 SK하이닉스 역시 PER 8.81배인 저평가 상태임에도 주가 수익률은 마이너스 2.9%를 기록했다.

신한지주(4.62배)와 KB금융(4.3배) 등 금융주들은 역대급 저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달에도 주가는 5~10% 하락했다. 전통적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POSCO는 PER 8.45배임에도 이달 주가는 6.8% 떨어졌다. PER 11.13배인 한국전력도 1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형가치주 지수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 퓨어 밸류'(S&P 500 Pure Value) 지수는 이달 2.2% 하락한 반면 대형성장주 지수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 퓨어 그로쓰'(S&P 500 Pure Growth) 지수는 5.1% 올랐다. 중형주와 소형주에서 가치주·성장주 차이를 비교해 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저평가된 가치주는 덜 오르고 고평가된 성장주은 더 오른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시대의 수혜주와 유동성 장세가 만나 성장주로의 쏠림 현상은 더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대면, 온라인, 헬스케어 등으로 대표되는 코로나19 이후 시대에서 관련 수혜주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각국 정부의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으로 이들 종목으로 자금은 더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 주식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캐나다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업체 '쇼피파이'(Shopify)가 대표적이다. 쇼피파이는 창업자가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인데, 적자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주가는 올 들어 2배 이상 뛰어 캐나다 시총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1969년부터 1973년까지 미국 기관투자자가 선호했던 50개 종목의 평균 PER는 42배로 당시 S&P500 평균이었던 19배보다 2배 이상 높았다"며 "현재도 성장과 확실성이 있는 종목으로 쏠림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거시 관점에서 성장주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금리 상승뿐인데 당분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낮다"며 "오는 28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0.5%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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