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신사업에 전면허용, 대중소 상생제도 개선도"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박계현 기자 2020.05.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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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발목잡힌 공공 SW시장] ④ 회사규모아닌 역량, 전문성 보고 참여시켜야

편집자주 대기업의 공공SW 참여제한 제도가 시행 7년차를 맞아 기로에 섰다. 대기업의 공공시장 독점을 막아 역량있는 중소·중견 SW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였지만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국가 공공 IT사업이 부실화되고 발주처들조차 원치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정부가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나선 가운데 대기업 참여제한제도의 현주소와 개선점을 모색해본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이홍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소프트웨어 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 연내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2.12/뉴스1(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이홍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소프트웨어 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 연내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2.12/뉴스1


전문가들은 ‘중소 SW업계 보호 육성’이란 제도 취지가 일부 성과를 낸 건 맞지만 공공 SW산업 발전이나 SW 시장구조가 왜곡되는 등 부작용이 큰 만큼 서둘러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개선방향은 SW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공공SW산업의 역동성을 되살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전문가들은 당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분한 공공SW정책이 혁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에 적합하지 않은만큼 신규 시스템 구축사업의 경우 대기업 참여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임동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신산업분야 공공SW산업에 한해 대기업 참여가 허용되나 과기부 산하 민간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허용율도 50% 미만으로 낮아 사업추진 여부에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심의위원회의 심의기준이 사업에 따라 제각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0여년 전 구축된 공공프로젝트의 경우 내구연한이 도래하고 향후 10년을 위해 클라우드나 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대거 접목해야 하는데 사업 성격에 따라 심의통과가 불확실해 발주처도 선뜻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산업 분야에서라도 별도 심의절차 없이 대기업 참여를 전면 또는 적극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자본과 사업추진력을 갖춘 대기업과 전문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공사업 제안서 평가항목 가운데 상생협력 평가 기준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공공 SW사업에서 협업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는 것.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 공공사업의 경우 조달청 협상에 의한 평가기준 상 중견기업은 상생협력 점수 부여대상에서 제외된다. 상생협력 기준은 컨소시엄 구성 시 중소기업 참여 지분율을 50% 이상 구성해야 만점(5점)을 받는다. 대기업이 참여하면 컨소시엄 50%는 중소기업, 나머지 50%를 대기업이 각각 가져갈 확률이 높다. 중견기업이 함께할 여지가 없다.


전문가들 "신사업에 전면허용, 대중소 상생제도 개선도"
중견IT업계 관계자는 “현행 제도 하에선 대기업이 주 사업자로 나온 사업에 대해선 사실상 중견기업의 역할이 없다”며 “공공사업의 경우 1점 이하의 점수차로도 수주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대형 공공프로젝트에선 사실상 대기업-중견기업, 중견기업-중소기업 협업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처럼 기업 형태에 따른 참여제한을 두기보다는 전문성에 따라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시행 이후 중견기업들의 R&D(연구개발) 투자규모가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하향 평준화 되고 있다”며 “기업 육성보다는 산업 전체에서 시장을 넓히는 차원에서 정책적인 접근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SW산업진흥법 개정안 통과로 허용된 민간투자형 SW 사업을 적절히 활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간 정부가 주관하는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은 공공사업으로 분류돼 대기업 참여가 불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민간이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설립해 진행할 경우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한병준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기업이 정부주도형 사업에 ‘숟가락’만 들 것이 아니라 먼저 투자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형태의 대형 공공사업 수주도 가능해졌다”면서 “중소기업들에도 국가가 시행하는 법에 의존하지 않으면 성장이 불가능한 환경보다는 대기업, 중견기업 등과 신뢰를 바탕으로 협업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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