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뒤바꾼 기업 가치…시총 순위가 확 달라졌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5.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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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가 한국 증시의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IT(정보기술) 플랫폼 기업 카카오 (49,100원 ▲2,200 +4.69%)현대차 (231,000원 ▼2,500 -1.07%)를 제치고 시가총액 상위 10위 이내에 진입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790,000원 ▲14,000 +1.80%)셀트리온 (177,100원 ▲6,100 +3.57%) 등 제약·바이오 종목들도 약진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서프라이즈' 실적을 실현한 LG생활건강 (381,500원 ▼4,500 -1.17%)도 시총 1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전통적인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235,000원 ▲500 +0.21%), POSCO (390,000원 ▲19,000 +5.12%)(포스코), 삼성물산 (140,300원 ▲1,500 +1.08%) 등은 시총 순위가 추락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 변화가 기업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현대차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9위 등극
카카오프렌즈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 윈터 원더랜드 팝업스토어 전경/사진=카카오IX카카오프렌즈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 윈터 원더랜드 팝업스토어 전경/사진=카카오IX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코스피 시총 상위 주요 종목들의 순위가 대거 조정됐다. 지난해 말 시총 상위 10위 안에 들었던 포스코, 현대모비스, 삼성물산은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대신 카카오, 삼성SDI, LG생활건강이 새로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카카오다. 카카오의 시총은 지난 22일 기준 21조5062억원으로 현대차(20조1916억원)를 제치고 시총 9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에 올랐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시총 13조2338억원으로 22위였지만 불과 5달만에 주가가 60% 오르며 순위가 뛰어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의 대표 수혜주로 주목받으면서 기업 가치가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가 영위하고 있는 주요 사업들은 산업 사이클상 현재 고성장기에 진입한 상태인데, 여기에 코로나19 수혜가 가미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10%대까지 상승할 정도로 빠른 수익성 개선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순손익분기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8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0% 성장을 기록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택트 시대의 가속화로 페이, 뱅크, 페이지, 커머스 등 언택트 비즈니스들은 모두 매우 우호적인 사업환경을 맞이하고 있다"며 "고성장 에너지는 향후에도 꺼지지 않고 지속될 것이며 손익도 더욱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쏠리면서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크게 주목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 순위는 지난해 말 4위에서 현재 3위로 올랐고 셀트리온 시총은 7위에서 5위로 점프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셀트리온 2공장 전경. 2010년 완공된 2공장은 연간 9만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원액을 생산한다/사진제공=셀트리온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셀트리온 2공장 전경. 2010년 완공된 2공장은 연간 9만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원액을 생산한다/사진제공=셀트리온
두 기업은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보다 주가가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주가는 올들어 각각 42.7%, 19.3%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10% 이상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LG생활건강 약진…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제조업은 몰락
생필품과 화장품 등을 생한하는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임에도 1분기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LG생활건강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6% 늘어난 333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컨센서스(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이었다.

중국 상하이 지우광백화점의 LG생활건강 '숨37'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_17.2 / 사진제공=LG생활건강중국 상하이 지우광백화점의 LG생활건강 '숨37'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_17.2 / 사진제공=LG생활건강
안정적 성장을 위한 LG생활건강의 사업 포트폴리오 분산이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부문 매출 비중이 60%, 20%, 20%로 분산돼 있는데 한 사업 부문에서 위기가 오면 다른 사업 부문에서 이를 상쇄하는 실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끌어왔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위생용품 수요가 크게 늘면서 생활용품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3% 증가한 652억원을 기록했다. 세정제와 물티슈 등 코로나19 관련 용품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국내 생활용품 시장 점유율 1위 지위도 더 견고히했다.

반면 시총 순위가 하락한 기업들은 대부분 전통 제조업이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공장 셧다운과 판매 급감의 여파로 올 들어 주가가 각각 21.6%, 28.1% 급락했다. 시총 순위도 현대차는 5위에서 10위로 떨어졌고 6위였던 현대모비스는 12위로 추락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포스코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철강 수요가 위축되면서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포스코의 시총은 지난해 말 20조6197억원에서 지난 22일 14조9961억원으로 줄었고 시총 순위도 9위에서 16위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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