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개편 없었다면 '역대 최악' 소득격차 나올 뻔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0.05.2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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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강신욱 통계청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통계청은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3.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지출 동향은 월평균 287만 8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2020.5.21/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강신욱 통계청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통계청은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3.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지출 동향은 월평균 287만 8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2020.5.21/뉴스1


올해 1분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격차가 작년보다 확대됐다. 통계청이 조사방식을 바꾸지 않았다면 소득격차는 이보다 벌어져 ‘역대 최악’을 기록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2분기부터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소득격차 ‘역대 최악’ 될 수 있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작년 5.18배에서 올해 5.41배로 0.23배포인트 증가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하위 20%) 가구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 불균형이 크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조사방식을 바꾸면서 5분위 배율이 전반적으로 낮게, 즉 소득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존 조사방식으로 2019년 1분기 5분위 배율은 5.80이다. 바뀐 조사방식을 적용했더니 이보다 0.62배포인트나 낮은 5.18배가 됐다.



조사방식이 변경됐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자칫 5분위 배율은 올해 사상 처음 6배를 넘어 ‘역대 최악 소득격차’로 기록될 뻔했다. 작년과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 차이(0.23배포인트)를 과거 조사방식 기준의 2019년 1분기 수치(5.80배)에 더하면 올해 5분위 배율은 6.03배가 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2003년부터 5분위 배율 통계를 집계해왔는데 이제껏 6배를 넘은 사례는 없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수치는 2018년 1분기(5.95배)다.

조사방식 개편, 왜?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강신욱 통계청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통계청은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3.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지출 동향은 월평균 287만 8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2020.5.21/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강신욱 통계청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통계청은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3.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지출 동향은 월평균 287만 8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2020.5.21/뉴스1
‘상대적으로 축소된’ 소득격차가 발표되며 논란이 일었다. 왜 변경된 조사방식을 적용했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입맛에 맞는 통계를 만들기 위해 조사방식을 바꿨다는 주장도 나왔다.


통계청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통계청은 “2017년 이후로 중단할 계획이었던 분기소득조사의 필요성에 대한 정책당국, 학계 요구 점증에 부응해 지속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조사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19년 기존 조사방식의 5분위 배율과 통합조사의 5분위 배율은 상이한 표본체계와 조사방식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며 “둘을 비교해 불평등 축소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가계동향조사는 지난 2017년 이후 3년간 소득과 지출 부문이 나뉘어 조사되다가 이번부터 다시 통합돼 발표됐다”며 “소득과 지출을 함께 파악하면 각각 따로 조사하는 경우에 비해 얻는 정보가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 성과 때문?
황수경 전 통계청장. 2018.8.2/뉴스1황수경 전 통계청장. 2018.8.2/뉴스1
이런 설명에도 의심이 계속되는 것은 이번 통계 발표까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통계청 설명대로 통계청은 당초 2017년을 마지막으로 가계동향조사를 종료하고, 국세청 등의 행정자료로 보완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통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권에서 ‘소득주도성장 성과 홍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이 계획은 철회됐다.

이 과정에서 통계청은 표본을 5500가구에서 8000가구로 늘렸는데, 이를 통해 소득이 낮은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여권의 기대와 달리 소득분배 지표는 2018년 1분기와 2분기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이후 표본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했고, 당시 황수경 통계청장이 급작스럽게 경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황 전 청장은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강신욱 통계청장이 부임했고, 조사방식을 변경 적용한 통계가 이번 처음 나온 것이다. 통계청은 “강 청장 부임(2018년 8월 27일) 전인 2017년 말부터 소득-지출 통합 작성방안을 결정했다”며 “가계동향조사 개편은 국가통계위원회 등을 통해 사전에 예고했으며 통계작성의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분기부터가 더 문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사진=김창현 기자 chmt@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정부와 통계청은 코로나19를 소득격차 확대 이유로 꼽았다. 경기 위축으로 저소득층에서 일자리를 많이 잃으며 근로소득 등이 줄었는데, 고소득층은 오히려 취업자가 늘고 고액 국민연금 수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통계청 설명대로면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4월부터가 더 문제다. 김용범 차관은 “1분기 조사 결과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사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2분기부터는 분기 전체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3월에 감소로 돌아선 취업자는 4월에 감소폭이 확대됐다”며 “4월에도 실직자 상당수가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임시·일용직이었다. 향후 소득 둔화와 분배 악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4월 들어서도 임시·일용직 중심으로 취업자 감소세가 확대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분배 악화가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며 “소득분배 악화 주원인이 저소득층 고용감소로 분석되는 만큼 고용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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