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M&A(인수·합병)와 자산성장 등으로 경쟁력 제고를 추진해 오던 금융회사들에겐 금감원장의 요청이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현재 금융회사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실물경제 고충이 장기화될 경우 한계 차주의 신용위험이 현재화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건전성 유지를 독려했다.
아울러 윤 원장은 "국내 금융회사들도 해외 사례를 참고하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특히 은행권에 대해 벌어들인 '실탄'을 배당이나 성과 보상 등에 쓰는 것을 가능한 미루고, 실물경제 지원에 집중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권은 올 1분기까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해 호실적을 지속했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합계 2조8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작년 1분기와 거의 비슷한 결과다. 코로나 여파로 빠짐없이 '어닝쇼크'를 마주한 제조업·서비스업계의 상황은, 금융권에선 아직 '남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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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금감원은 지금이 '더 조일 때'로 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회사 대출자산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손실흡수 능력을 높이라는 것은 감독당국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국의 공개 요구를 마주하는 금융권은 다소 난감한 표정이다. 당장 M&A와 해외진출, 혁신산업 투자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는 금융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혁기가 될 수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외형확대는 오히려 지금이 더 절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 정책의 경우에도 금융지주사를 비롯한 다수 금융회사는 '역대 최저' 수준의 주가 등을 고려하면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당국의 지도 방향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중간배당 등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윤 원장은 이날 "저성장, 저금리 금융환경에서 소비자는 물론 금융회사 스스로 과도한 고수익 추구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DLF(파생결합펀드), 라임운용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자산가들 사이에 인기를 끌던 해외 사모펀드 상품들은 최근 잇달아 '부실' 논란에 빠지며 금융업의 신뢰 위기를 초래했다. 윤 원장의 "고수익 경계" 발언 역시 소비자의 '투자자 책임 원칙'과 함께 수수료 이익에 목말라 고위험 상품을 해 온 금융사의 판매 행태도 함께 지적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또 "금융권이 위험관리에만 치중해 자금공급 기능을 축소하면, 이는 오히려 경기 하강 가속화와 신용경색 발생 등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며 "실물경제가 숨통을 틀 수 있도록, 충분하고 신속한 금융지원을 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