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 정경호, 칭찬과 사랑을 더 받아야 할 '찐'배우!

최재욱 기자 ize 기자 2020.05.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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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tvN사진제공=tvN


살다보면 주위에 능력만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들은 늘 꾸준한 페이스로 항상 제 몫을 확실히 하며 조직이 흘러가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우지만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살짝 비켜 서 있다. 아직 자신의 시간과 운이 오지 않았거나 자신이 빛나기보다 조직의 성과에 중점을 두기 때문. 이들은 조직이 빛나야 자신도 빛난다고 생각한다.



배우들도 이렇게 능력에 비해 저평가된 배우들 있다. 늘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안정된 연기를 펼치지만 작품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거나 자신이 빛나기보다 주위와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한 역할이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것. 그러나 이들은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최선을 다한 과정을 통해 느끼는 희열에 만족해한다.

뜨거운 인기를 모으는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에 출연 중인 배우 정경호가 바로 그런 경우. 2004년 KBS 공채탤런트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정경호는 데뷔 초기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펼치며 실력파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데뷔 때부터 늘 주연급이지만 시쳇말로 “빵 터졌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대박 작품에서 본인이 ‘따먹을’ 캐릭터를 만날 기회를 아직 얻지 못해 자신의 실력과 매력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다.



물론 ‘무정도시’ ‘라이프 온 마스’ 같은 드라마로 마니아 팬들을 양산했지만 그를 아끼는 팬들이 만족할 만한 폭발적인 칭찬과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또한 ,신원호 감독의 ‘슬기로운 감방생활’에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안정된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자신이 도드라지기보다 주위와 케미를 이루거나 묵묵히 중심축을 잡아주는 역할이어서 화제의 중심에 설 기회는 적다. 그럼에도 특유의 유머감각과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미친 존재감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정경호가 연기를 잘한다는 건 팬이 아니어도 그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 정경호의 배우로서 최고의 장점을 꼽는다면 유연함. 그 어떤 그림을 그려도 가능한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다. 사실 연기 잘한다고 평가받는 배우들도 장르에 따라 기복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경호는 결코 장르를 타지 않는다. 코미디, 누아르, 정극, 사극, 홈드라마 등 맡겨만 주면 언제나 기본 이상으로 해낸다. 작가와 연출자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귀여운 꽃미남 외모 때문에 모두가 의문을 표했던 누아르 드라마 ‘무정도시’에서 뿜어낸 남성적인 카리스마는 시청자들과 관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제공=tvN사진제공=tvN

정경호의 배우로서 두 번째 장점은 담백한 연기 스타일. 철저히 계산해 작정하고 힘을 주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완벽히 극중 캐릭터가 돼 안 한 듯 연기하는 연기 스타일로 보는 이들을 극에 더욱 몰입시킨다. 아무리 감정의 극과 극을 달리는 극한의 연기를 펼쳐도 정경호가 연기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그가 연기하는 김준완 교수가 5인방 친구들과 있을 때는 장난꾸러기 같다가도 후배 의사 앞에서는 까칠하지만 속정 깊은 선배가 되고 환자들 앞에서는 그 어떤 이들보다 사려 깊고 진중한 의사가 되는 입체적인 모습을 특유의 담백한 연기 스타일로 편안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천생 배우’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정경호의 배우로서 세 번째 장점은 ‘케미의 제왕’이라는 것. 그 어떤 배우와 붙어도 완벽한 케미를 이룬다. 영화 ‘거북이 달린다’서 호흡을 맞춘 카리스마 넘치는 김윤석부터 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서 만난 생짜 신인배우 송강까지. 정경호는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를 이루며 보는 이들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끼친다. 자신이 돋보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상대를 배려하며 완벽한 호흡을 맞추려는 프로다움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사려 깊은 태도와 따뜻한 마음씨 때문에 아직 불혹도 되지 않았지만 후배배우들이 롤모델로 꼽는 선배의 위치에 올라섰다. 송강은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촬영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자연스러운 분은 처음이다. 함께 촬영하며 정말 많이 배웠다. 앞으로 정경호 선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정경호는 본인이 말한 대로 평생 연기자의 길을 걸을 배우. 능력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생각은 어쩌면 성급한 조바심일 수 있다. 모두가 그가 좋은 배우라는 사실을 이미 인정하고 있고 현재의 모습도 충분히 빛나고 아름답다. 또한 앞으로 해온 시간보다 연기를 보여줄 시간이 더 길다. 지금같이 성실히 연기자의 길을 걷다보면 먼 훗날 노인이 됐을 때 이순재, 신구처럼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 ‘국민배우’ 반열에 올라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배우라도 더 많은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아야 더 좋은 배우가 된다. 본인이 힘을 내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칭찬과 응원이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정경호가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배우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대중들에게 기분 좋은 긴장감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최재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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