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에게 화상판결로 사형선고 '논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05.2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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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사진=AFP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을 억제 중인 싱가포르의 한 법원에서 '원격'으로 사형선고가 내려져 인권단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역을 이유로 사형 같은 중형을 화상으로 진행했다는 점과 피고인이 받는 혐의가 '마약거래'란 점에서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 로이터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원은 마약밀거래 혐의를 받은 37세 말레이시아 출신 남성 푸니싼 제나산에 대해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해 원격으로 사형선고를 내렸다.



보도에 따르면 제나산은 2011년 두 명의 운반원과 협력해 최소 28.5g의 헤로인을 거래하는 것을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싱가포르 대법원 대변인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소송과 관련한 모든 이들의 안전을 위해 (선고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는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지난달부터 방역조치를 재강화했다. 이에 따라 많은 법정 사건이 휴정됐지만 필수 소송은 원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나산의 변호를 맡은 피터 페르난도 변호사는 화상판결에 반대치 않는다고 밝혔지만 가디언은 "인권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원격으로 다루기로 한 결정이 냉담하다고 묘사했다"고 전했다.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의 아시아 지역 부국장 필 로버트슨은 가디언에 "전세계 사형 선고에서 부당한 선고가 벌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왜 싱가포르가 줌을 통해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려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생긴다"고 말했다.


로이터도 "인권단체들은 이달 초 나이지리아에서의 원격 사형 선고를 포함해 사형 평결에 화상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비판해 왔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의 사례가 인권단체 우려를 부른 이유는 또 있다.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마약 관련 범죄로 피고인을 처형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세계 4개국 중 하나가 싱가포르란 점이다.



앰네스티 관계자는 가디언에 "이번 사건은 싱가포르가 국제법과 기준에 반해 마약 밀매에 사형을 부과하길 지속한다는 것을 재차 일깨워 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피터 변호사는 그의 의뢰인이 현재 항소를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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