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의 '메카' 서초사옥, 첫 집회금지 신청 이유는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5.22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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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암 입원비 전쟁]-①

편집자주 삼성생명과 암 진단을 받은 일부 암보험 가입자들이 3년째 분쟁 중이다. 치료나 요양을 해야 할 환자들이 보험사를 점거하고 위험한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안 주는 것일까, 못 주는 것일까. 벼랑끝으로 치달은 암 보험금 분쟁의 쟁점을 짚어본다.

시위의 '메카' 서초사옥, 첫 집회금지 신청 이유는


삼성금융계열사가 삼성생명 (95,500원 ▲1,400 +1.49%)을 상대로 장기간 불법 시위를 하고 있는 이른바 ‘보암모’(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기업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흔한 일이고 특히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은 농성의 ‘메카’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집회를 금지해 달라고 가처분신청까지 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입주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금융계열사와 삼성 어린이집 2곳 등은 지난 13일 보암모 회원들을 상대로 집회시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은 삼성생명 설립 63년 만에 처음이다. 대기업이 암환우를 대상으로 소송을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적 대응을 택한 것은 시위로 인한 피해가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통상적인 집회나 시위는 신고를 한 시간대에 진행되고 소음도 법정허용치인 75데시벨(db)을 넘지 않는다. 또 사옥 내부를 불법으로 점거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보암모는 법정 허용치 이상의 소음을 냈고, 지난 1월 14일부터 삼성생명 본사 2층에 위치한 고객센터를 점거한 뒤 먹고 자면서 시위를 벌였다.

삼성생명의 법률대리인 율촌은 “거의 매일 오전 7시경부터 밤 늦게까지 마이크를 들고 평균 80db에 달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경찰이 출동하지만 그때만 잠시 확성기 사용을 중단했다가 다시 사용하는 식”이라며 “보암모 회원이 주말에도 고객센터에 음식을 반입하려다 보안요원에게 저지당하자 2층에서 투신하겠다고 소란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보암모가 점거한 이후 정상적인 고객 응대가 불가능해져 고객플라자를 폐쇄했다. 율촌은 “바닥이나 의자에 드러눕고 삼성생명 담당 직원에게 보험금 지급 청구를 한 후 거절되면 곧바로 다시 번호표를 뽑고 청구를 반복해 일반 고객들을 정상적으로 응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암모 회원들이 삼성생명 고객센터에 누워 시위하고 있다./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보암모 회원들이 삼성생명 고객센터에 누워 시위하고 있다./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삼성생명은 삼성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의 피해도 고려했다. 삼성 서초사옥에는 삼성어린이집 두 곳이 있다. 이중 서초2 삼성어린이집의 경우 놀이방과 교실 등이 시위를 벌이는 장소와 창문과 벽을 둔 채 바로 맞닿아 있어 100여명의 유아들은 소음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삼성어린이집 관계자는 “2013년부터 근무를 시작한 이래 삼성 서초사옥 건물 앞은 언제나 시위대가 있었다”며 “다만 이전 시위대는 아이들의 낮잠시간에 확성기 사용중단을 요구하면 들어줬는데 보암모 시위자들은 아이들의 부모가 삼성에서 근무하니까 들어도 된다고 반응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지역 상권이 위축된 가운데 서초사옥 주변에서 식당 등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과 주민들의 피해 역시 문제라고 여겼다. 율촌은 “가뜩이나 최근 경기 침체로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도 때도 없이 소란스러운 집회와 시위로 인해 지역 상인들의 민원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 주변의 아파트, 오피스텔의 주민들도 환기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전삼현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법에서 정한 소음 기준을 넘어서는 등 행위는 위법”라며 “주변 인들의 일상생활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절차를 밟아 공공복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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