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샤오미' 홍콩 항셍지수가 확 바뀐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5.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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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항셍지수, 기준 완화하면서 중국 'ATMX' 편입 전망…절반에 가깝던 금융주 비중 줄고 종목 다각화 예정

/사진=AFP/사진=AFP


홍콩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항셍지수가 지수 편입종목 기준을 변경했다. 이로 중국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를 비롯한 대형 IT기업들이 홍콩 증시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전날 항셍지수에 다른 시장에 1차상장을 한 기업뿐 아니라 종류주(우선주)도 지수에 편입하도록 기준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종류주는 의결권 행사나 이익 배당 등에 대한 내용이 보통주와 다른 주식을 뜻한다. 의결권이 제한되거나 아예 없는 일반 대중에 발급되는 보통주와 달리 종류주는 보통 기업의 설립자나 임원 등에 발급된다.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알리바바. /사진=AFP201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알리바바. /사진=AFP


홍콩 당국은 8월 지수부터 이같은 변화를 반영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항셍지수의 엄격한 기존 기준 때문에 여러 대형 IT기업이 기업공개(IPO)에 실패했었다.

알리바바가 대표적인 사례다. 알리바바는 2014년 첫 기업공개(IPO) 때 홍콩거래소가 차등의결권 주식을 인정하지 않아 뉴욕증권거래소에 대신 상장했다. 알리바바를 놓친 홍콩거래소는 2018년 차등의결권 등 종류주 기업 상장 허용을 비롯해 대대적인 제도 개혁을 벌였고 알리바바는 지난해 11월 홍콩거래소에 2차상장했다. 하지만 당시 항셍지수는 종류주 발행기업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유지해 알리바바가 항셍지수 종목으론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 기준 완화로 항셍지수의 금융주 비중이 줄고 종목이 다각화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8월부터 신규 편입이 시작되면 통신·서비스업과 소비주가 나머지를 형성하면서 금융지분 비중이 41.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항셍지수의 금융주 비중은 47.8%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본토 등 각국 증시 대표지수에서의 금융기업 비중 평균(15%)을 크게 웃돈다.


특히 'ATMX'로 불리는 중국 인터넷 대기업들이 항셍지수 구성종목으로 편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ATMX는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투안 디엔핑, 샤오미를 뜻한다. 이 중 텐센트만 현재 항셍지수에 포함돼 있다. 모건스탠리는 "홍콩 항셍지수에서 IT기업의 대표성이 커지면 홍콩 주식시장이 더 많은 투자자와 자본을 유치하는 데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CNBC는 "알리바바, 메이투안 디엔핑, 샤오미 세 기업의 시가총액만 해도 홍콩 전체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15%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루이싱커피 로고. /사진=AFP루이싱커피 로고. /사진=AFP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무역갈등이 재연되면서 중국계 기업이 본격적인 자금조달 창구 다변화에 나선 상황이어서 이 같은 변화가 더욱 주목된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업체들이 홍콩에 2차 상장하는 경우가 늘어난 바 있다.

커피체인 루이싱커피 등 중국 기업들의 회계조작 스캔들이 잇따르면서 미 증시당국이 이들에 대한 규제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스닥은 중국 등 일부 외국 기업이 IPO하기 위해선 최소 2500만달러(약 306억원)를 조달하거나 상장 후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IPO 기준을 더욱 까다롭게 하는 방침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홍콩 증시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신청한 알리바바의 라이벌 징둥과 검색엔진업체 바이두, 온라인여행사 씨트립 등 중국 대형 IT기업들의 홍콩행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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