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SPV 규모·내용 합격점"…관건은 '속도'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0.05.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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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결과 브리핑에 참석해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설립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비상경제 중대본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설립과 관련해 "1차적으로 10조원 규모로 출범할 계획"이라며 "필요시 20조원까지 규모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결과 브리핑에 참석해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설립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비상경제 중대본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설립과 관련해 "1차적으로 10조원 규모로 출범할 계획"이라며 "필요시 20조원까지 규모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채권업계는 저신용등급 회사채 매입을 위한 특수목적기구(SPV) 설립에 합격점을 줬다. 다만 SPV가 실효성을 위해서는 가동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는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기업어음(CP) SPV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SPV 설립 계획을 밝힌 지 한 달 만이다. SPV 규모는 총 10조원이다. 향후 필요하다면 20조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SPV의 역할은 비우량 회사채(A등급 이하)와 CP(A2 이하)를 매입해 저신용등급 기업의 자금 숨통을 트이는 일이다. 채권업계는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자금조달 우려로 도산을 한 기업도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SPV 설립 결정은 매우 선제적인 조치"며 "과거 금융위기 시기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쳤던 걸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불안했던 비우량 회사채 시장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달 채권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가 가동된 이후 AAA 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국고채 3년물과의 금리차)는 줄어들고 있지만, AA등급과 A등급은 여전히 횡보하고 있다.

이달 발행된 한일홀딩스의 3년만기 회사채(A+) 발행금리는 민평금리를 70bp(1bp=0.01%) 오버했다. 그만큼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 여전히 불안하다는 뜻이다.


김 위원은 "이번 조치로 당장 비우량 회사채 스프레드를 축소하진 못할 것"이라면서 "과거 2015~2016년 당시를 되돌아보면 AA등급 회사채 스프레드 축소 이후 1년 뒤 A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가 축소됐다. 이 같은 양상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모 면에서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비우량 회사채와 CP 물량은 19조4000억원 정도다. 10조원을 포함해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10조원을 포함하면 충분히 소화 가능한 규모"라고 말했다.

관건은 속도다. 적절한 타이밍에 자금이 조달되지 않는다면 실효성도 그만큼 퇴색된다. 김 위원은 "시장에서 바로 매입하는 것이 아니고 대기성 자금을 매입하겠다는 것인데 국회 추경안도 필요하다"며 "결국 성공 여부는 속도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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