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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보자"…콧대 꺾인 특급호텔, 홈쇼핑서 폭탄세일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5.2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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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고객 공략 위해 홈쇼핑 판로 선택…특급호텔X홈쇼핑 계열사 콜라보 기대 반, 우려 반

/사진=파르나스호텔/사진=파르나스호텔




코로나19(COVID-19) 쓰나미로 벼랑 끝에 몰린 호텔업계가 생존을 위해 영업의 틀을 깨고 있다. 각 호텔마다 앞다퉈 눈물의 폭탄세일을 선보이는 가운데 서울 시내 5성급 특급호텔도 가격을 대폭 낮춘 객실 상품을 TV홈쇼핑에서 선보인다.

글로벌 여행수요의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국인 비중을 높이기 위해 판매채널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과 홈쇼핑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미지로 먹고 사는 5성급 특급호텔의 홈쇼핑 진출은 다소 섣부른 선택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쇼호스트, 이번주 '호캉스' 판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오는 24일 GS샵 홈쇼핑 방송을 통해 객실을 특가 판매한다. 홈쇼핑에서 5성급 특급호텔 객실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격과 혜택은 말 그대로 '파격'이다. 세금과 봉사료 포함, 12만9000원(주중)·16만9000원(주말)으로 기존 가격의 반값 수준이다. 조식은 물론 레이트 체크아웃, 호텔 수영장과 피트니스 무료 이용까지 가능하다. 호캉스(호텔+바캉스)족 사이에선 '줍줍'을 놓쳐선 안된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보다 한 발 앞서 롯데호텔의 라이프스타일 부티크 브랜드 L7 호텔은 오는 22일 오후 11시50분에 롯데홈쇼핑에서 특집방송으로 판매한다. L7 홍대 루프탑과 롯데홈쇼핑 양평동 본사 스튜디오를 이원 생중계로 연결해 호텔 감성을 전달하는 등 이번 판매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주요 호텔들의 홈쇼핑 진출에 업계는 꽤 놀랍다는 눈치다. 국내 홈쇼핑이 생활용품부터 자동차, 패키지 여행까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긴 해도 호텔 상품을 판매한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 코로나 사태가 낳은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이 호텔과 홈쇼핑까지 만나게 만든 것이다.



'집 콕' 내국인 모셔야 보릿고개 넘긴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호텔업계가 홈쇼핑에 손 내민 이유는 내국인 고객이 호텔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급부상한 데 있다. 대체로 특급호텔은 외국인 비즈니스와 각종 기업·단체행사 등의 수익 비중이 내국인 호캉스 투숙객보다 큰 비중을 차지, 해당 타깃에 집중한 영업전략을 펼쳐왔는데 올해 상황이 급변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가 뚝 끊기며 호텔 매출의 가장 큰 축이 사라졌다. 세계관광기구(UNWTO)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여행제한이 오는 12월까지 지속될 경우 글로벌 여행객 수가 7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내국인 투숙 비중을 늘려 매출 공백을 상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 이번에 홈쇼핑 상품을 내놓은 인터컨 서울 코엑스는 내국인보단 해외 비즈니스 손님의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특급호텔로 꼽힌다.

국내 코로나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며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 여행심리가 회복하는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TV홈쇼핑은 '집콕'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채널인 만큼, 이를 통한 판로 확대가 특급호텔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호텔X홈쇼핑 '유통 콜라보' 효과는?


"살고 보자"…콧대 꺾인 특급호텔, 홈쇼핑서 폭탄세일
이번 특급호텔 상품의 홈쇼핑 데뷔는 대박까진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효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인터컨 서울 코엑스를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과 GS홈쇼핑은 같은 GS 소속이고 L7과 롯데홈쇼핑 역시 유통 대기업 롯데 이름으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GS홈쇼핑은 이번 호텔 상품 판매 시간을 준프리미엄 시간대인 일요일 오후 6시30분으로 잡았고, 본방사수가 어려운 고객을 위해 모바일과 인터넷몰을 통한 사전 판매까지 진행한다. 인터컨 서울 코엑스는 가격을 반토막내 홈쇼핑 소비자들에게 가장 와닿는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하지만 이 같은 파격할인과 채널다각화가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단 우려도 크다. 보수적인 업종 특성 상 한 번 낮춘 가격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아서다. 또 고급 이미지 유지가 곧 경쟁력이란 점에서 홈쇼핑 판로가 득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파르나스호텔 내에서도 이번 홈쇼핑 판매를 두고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내국인 고객의 중요성이 커지며 판매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가격 할인과 홈쇼핑 판매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홈쇼핑 채널을 통해 호텔 인식을 확대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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