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의 외환채권 5억달러(약 5868억원)에 대한 대출 전환을 결정한 21일 오후 서초구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채권단과 협의한 후 이르면 이달 중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두산그룹 경영정상화에 3년 가량의 시간을 주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간 안에 유동성 지원을 발판으로 △두산중공업이 올해 갚아야 할 빚 4조2000억원을 털어내고△그룹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최대한 빨리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추진하는 한편△두산중공업이 이익을 내 스스로 자립하는 구조를 만들라는 의도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결국 위기의 진앙지인 두산중공업의 자립이 단기간 내엔 어렵다고 채권단과 두산그룹 양측 모두 보고 있는 것"이라며 "두산중공업이 3년 안에 자립할 사업구조를 갖추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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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안에 가스터빈·풍력발전 사업 자리 잡아야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18일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두산중공업
이에 두산중공업이 꺼내든 카드가 가스터빈 사업이다. 공교롭게도 두산중공업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가스터빈 등을 통해 2023년까지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발한 두산중공업은 현재 가스터빈 시험운영과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상용화해 2026년까지 이 부문에서 3조원 매출을 낸다는 것이 회사 목표다.
그러나 가스터빈 시장 상황도 녹록치는 않다. 세계 최대 가스터빈업체 제너럴일렉트릭조차 발전용 가스터빈 수요 둔화에 따라 실적 둔화에 시달리는 상태다. 무엇보다 이 같이 힘든 시장을 제너럴일렉트릭, 지멘스, 엠에이치피에스, 안살도 등 4대기업이 96% 과점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뚫기 쉽지 않은 시장인 셈이다.
또 다른 미래 먹거리인 풍력 사업도 돌파하기 쉽지 않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부터 풍력발전 산업을 시작해 2010년 3MW(메가와트)급 첫 자체 개발 모델을 생산했다. 2017년엔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5.5MW 해상풍력발전 기술을 인수해 기술 기반을 갖춰둔 상태다.
하지만, 해외에선 이미 8MW급을 상용화하고 12MW급을 개발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풍력발전 기술을 개발해온 베스타스 등 글로벌 기업을 넘어서야 풍력도 회사의 확실한 캐시카우가 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관건…국내 풍력·LNG발전 시장 열릴수록 유리
풍력발전, 이미지투데이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이에 따라 현재 41.3GW 수준인 LNG발전은 2030년엔 57GW, 2034년엔 60.6GW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는 2034년까지 LNG발전 시장 규모를 최소 15조원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생산한 국산 가스터빈이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늘어나는 셈이다.
입지규제와 주민반대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풍력발전도 지난 2월부터 풍력발전추진지원단이 발족되면서 국내 시장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정부가 국내 기업의 설 자리를 위해 두산중공업의 기술 발전 및 보급 가능성과 발 맞춰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발전설비 규모가 달라진다"면서 "두산중공업의 매출 목표도 이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