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엔 '가림막'·반가울 땐 '주먹인사'…코로나가 바꾼 교실

뉴스1 제공 2020.05.20 11:46
글자크기

등교 때부터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마스크 상시 착용

20일 대전 전민동 전민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칸막이가 세워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20일 대전 전민동 전민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칸막이가 세워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전국종합=뉴스1) 장지훈 기자,정지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학교 풍경까지 바꿔 놓았다.

신학기 시작 이후 80일 만에 등교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 책상에는 가림막이 설치됐고, 악수나 포옹은 '주먹인사'로 대체됐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일렬로 등교한 학생들은 교문과 건물 출입구에서 2차례 발열 체크를 통과해야 교실 입성을 허락받는다.

대전 유성구 전민고등학교 학생들은 이날 책상마다 설치된 투명 아크릴 가림막을 보고 신기한 듯 두리번 거렸다. 이 학교는 공간의 제약 때문에 교실 내 안전거리 확보가 쉽지 않아 대신 모든 책상에 가림막을 쳤다. 학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책상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침방울이 앞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튈 우려가 줄어들었다.



20일 오전 대구 북구 경명여고 교실에서 마스크를 쓴 교사와 학생들이 칸막이 너머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20일 오전 대구 북구 경명여고 교실에서 마스크를 쓴 교사와 학생들이 칸막이 너머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신천지 대구 교회 집단감염 사태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에서도 책상 가림막이 등장했다. 이날 대구 북구 경명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초록색 가림막이 쳐진 책상에 앉아 고개를 빼꼼히 들고 수업을 들었다. 책상마다 가림막이 설치돼 교실이 독서실처럼 보이기도 했다.

경기 수원 팔달구 수원고등학교는 교사가 이야기하는 도중에 앞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침방울이 튈 것을 우려해 아예 맨 앞자리는 비워둔 채로 수업을 진행했다. 맨 앞 책상에는 '앉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나붙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 개학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고등학교에서 한 고3 학생이 마스크를 쓴 채 등교하던 중 선생님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 개학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고등학교에서 한 고3 학생이 마스크를 쓴 채 등교하던 중 선생님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학교에서 서로 반가움을 나타내는 방식도 달라졌다. 교육부의 등교 중지 결정 이후 3달여 만에 교사와 학생들이 다시 만났지만 서로 끌어안거나 악수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서로 주먹을 쥐고서 살짝 맞댔다 떼는 '주먹인사'를 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발열 체크와 손소독을 마치고서 등교한 한 수원고등학교 학생이 반가운 마음에 교사에게 인사를 건네자 교사는 웃으면서 주먹을 내밀었다. 이후로도 교사와 학생들은 계속 주먹을 맞대며 안부를 물었다.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대전 전민동 전민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거리두기 속에 등교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80일 만에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이뤄졌다. 2020.5.2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대전 전민동 전민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거리두기 속에 등교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80일 만에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이뤄졌다. 2020.5.2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등교하는 모습도 평소와 사뭇 달라졌다. 서로 1m 이상 떨어진 채 일렬로 늘어서서 1명씩 교문으로 들어섰다. 학교 밖 도로에 안전거리 유지를 위한 안내 스티커를 붙여 서로 가까이 붙지 못하게 한 학교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학생생활지도를 맡은 한 교사는 "거리두기"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몰려 다니는 학생들을 서로 떨어지게 했다.

서울 동작구 서울공업고등학교는 등교 시간 학교 방송을 통해 "복도 중앙 붉은 선을 기준으로 우측통행해 달라"며 "안전 거리를 유지하면서 질서를 잘 지켜달라"고 학생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뤄졌던 고3 등교가 시작된 20일 제주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열화상 카메라 앞을 지나가고 있다.2020.5.20 /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뤄졌던 고3 등교가 시작된 20일 제주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열화상 카메라 앞을 지나가고 있다.2020.5.20 /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등교 첫날,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학교 한 학생은 교문 앞에서 "열이 난다"고 말해 주변을 긴장하게 했다. 열화상 카메라 측정에서 문제가 없었던 이 학생은 비접촉식 체온계로 한 번 더 측정한 결과 36.3도가 나와 무사히 등교할 수 있었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등교할 때 체온을 측정해 37.5도가 넘으면 잠시 시간을 두고 재측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여기서도 37.5도가 넘으면 보호자 연락 이후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고등학교3학년 등교 개학일인 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자고등학교 고3 교실에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고등학교3학년 등교 개학일인 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자고등학교 고3 교실에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학생과 교사들이 입을 벌리고 웃는 모습은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 학교의 모든 구성원은 등교·출근 이후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마스크를 상시 착용해야 한다. 이날도 학생들은 등교할 때부터 수업시간까지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받았다.

서울 한 고등학교의 보건교사는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안쓰럽다"면서도 "힘들고 어려워도 개인 위생 수칙을 잘 지켜준다면 학교 방역에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