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20일 기업 리쇼어링((해외진출 자국기업 유턴·re-shoring)은 절대 풀기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토로했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 이유가 복합적이듯,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해법도 다층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2018년 11월 조사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해외 사업장을 가진 제조업체 150개사를 대상으로 해외 이전 이유를 묻자 △해외시장 확대 필요 △국내 고임금 부담 △노동시장 경직성 압박 △지나친 기업규제 △인센티브 부족 등 기업 수만큼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원인 투아웃'…미국의 리쇼어링 성공비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로이터 / 사진제공=ap-로이터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규제 공화국'으로 불린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18년 말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기업 관련 법안 1500여개 가운데 800개 이상이 규제법안"이라고 했을 정도다. 20대 국회 폐회를 앞둔 현재 규제 관련 법안 발의는 380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이나 독일의 리쇼어링 혜택은 기업 규모와 아무 상관없이 이뤄졌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유턴기업이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공장 이전에 드는 모든 비용을 세액공제 해줬다. 소니와 파나소닉 같은 대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한 일본도 대기업의 공장 이전비 50%를 정부가 내줬다. 그러자 혼다자동차까지 베트남 등지의 해외 생산라인을 자국으로 이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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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모저 리쇼어링이니셔티브 회장은 "법인세 감면 등 규제 완화가 리쇼어링 성과를 내는 데 주효했다"고 공언할 정도다. 이런 혜택 때문에 기업들이 총 소유비용(TCO)을 분석해 해외생산에 드는 유지비와 운송비 같은 숨은 비용을 찾아냈고, 해외생산이 비용 절감에 도움이 안 된다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대기업 역차별 말아야…일자리 초점 맞춘 혜택 필요
lg전자 구미사업장. /사진제공=LG전자
그마저도 기여 효과가 더 큰 대기업은 공장을 국내로 돌려도 정부 보조금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보조금 지원 비율이 지역에 따라 다른 것도 원하는 곳으로의 리쇼어링을 막는 요인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지금은 대·중소기업을 따질 시점이 아니다"라며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규제와 인허가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LG전자 (92,800원 ▲800 +0.87%)가 해외에 진출한 협력사가 국내로 유턴할 경우 '일거리', 즉 구매물량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리쇼어링을 위한 민관 합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직접 리쇼어링에 나서지 못하고, 협력사 유턴만 지원하겠다는 것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진단한다.
대기업에게는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는 제도가 대기업은 여전히 해외에 붙잡아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는 구미사업장의 6개 TV 생산라인 중 2개를 연말까지 인도네시아로 옮길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공식적으로는 글로벌 생산지 효율화를 통한 TV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들지만 이면에는 국내의 노동·규제 현실에 대한 부담을 견디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TV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중국 TV업체의 저가 공세가 심해지자 가격경쟁을 위해 해외 이전을 결단했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임금 수준은 한국의 15%~20% 수준이다. LG전자는 지난해 평택 휴대폰 공장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기업들의 유턴 심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며 "리쇼어링을 제대로 유도하려면 대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