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빠진다는 2분기 미국경제, 얼마나 침체하나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20.05.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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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역대급 금융·재정정책 패키지에도 2분기 최악의 경기침체 예상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더 나빠진다는 2분기 미국경제, 얼마나 침체하나


코로나19로 미국경제가 전대 미문의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1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4.8%(연율)를 기록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는 –7.6%나 감소해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소비부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1분기 성장률 둔화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이전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충격이 본격화된 지난 4월 미국의 실업률은 무려 14.7%를 기록해 월간 실업률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4월 비농업부문의 취업자수는 전월 대비 2050만개 감소했으며, 지난 8주 동안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누적 기준 무려 3650만건으로 미 노동부가 이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7년 이후 최고치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고용 충격의 영향으로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표도 급격히 악화됐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4월 미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16.4%를 기록해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2년 이후 가장 큰 하락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3월 중순부터 국가비상상태가 선포되고 각급 학교 휴교령 및 이동명령제한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락다운(lockdown) 조치가 시행되면서 외식과 쇼핑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소비활동이 사실상 멈췄기 때문이다. 최근엔 118년 역사를 지닌 백화점 JC Penny가 파산 신청에 들어갔고, 113년 역사의 고급백화점인 니만마커스(Neiman Marcus)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절차에 들어간 사실은 소비감소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산업활동의 충격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 4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1.2%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가장 핵심적인 재화인 자동차소비 감소로 자동차와 부품생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3.7%나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로 미국의 소비, 고용, 생산을 통틀어 지난 4월 역대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기록하자 올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 지표는 사상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무려 –20~-30%(전기 대비 연율)대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조차도 현재로선 다소 긍정적인 전망에 속한다. 앞서 미국의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무려 –39%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바클레이스와 JP모건은 –40.0%, UBS는 –32.0%로 각각 전망했다.


최근 미국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은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38.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실업자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무려 2600만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지어 최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애틀랜타 연준은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무려 –42.8%까지 감소할 수 있으며, 미국 GDP의 68%를 차지하는 미국 개인소비가 –43.6% 감소하고 GDP의 17%를 차지하는 투자는 무려 –69.4%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recession) 국면에 빠져들었다고 말하는데, 이미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 경제가 2분기에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렇게 보면 현재 미국 연준과 트럼프 행정부가 역대급의 통화 및 재정정책을 총동원하는 이유도 미국경제가 받은 충격이 2008년 금융위기를 넘어서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수준에 버금간다는 심각한 판단에 기인한다.

이미 혼돈과 경색에 빠진 금융시장을 위해 미 연준은 0%대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고, 사실상 무제한적인 양적완화에 돌입했으며, 이것도 모자라 기업어음·MMF·회사채·지방채 대상 유동성 공급 등 특단의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 의회는 지난 3월 각각 83억 달러(10조원), 1000억 달러(121조원)의 긴급 예산에 이어 2조2000억 달러(2681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승인했으며 지난달엔 4840억 달러(589조원) 규모의 4번째 예산을 추가로 통과시켜 지금까지 총 3조 달러(3657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 민주당은 주정부에 1조 달러 지원, 2차 현금성 재난지원금(1인당 1200달러. 가구당 최대 6000달러), 주당 600달러의 실업수당 연장(2021년 1월까지) 등을 포함한 총 3조 달러 규모의 5번째 경기부양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미 5월 둘째 주부터 대부분의 주가 봉쇄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고 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갔다. 봉쇄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텍사스산 유가도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고, 다우지수를 비롯한 미 증시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최근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미 연준과 행정부의 역대급 금융 및 재정정책 패키지와 투자심리 회복에 따른 금융시장의 반등에도 정작 2분기 미국경제는 사상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5월 19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495만명 중 미국에서만 157만명이 감염됐고, 32만명의 사망자 중에서 9만4000명이 미국에서 사망했으며, 최근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잦아들었던 신규확진자와 사망자수가 다시 늘어나는 불안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향후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늘어나더라도 재차 봉쇄조치에 돌입하지는 않겠지만, 감염 확산 우려가 부각될 경우 소비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활동의 부진과 경기 침체는 2분기 이후에도 얼마든지 지속될 수 있다.

물론 2분기에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된 미국경제가 3분기에는 경제활동 재개와 정책적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렵고 올해 전체적으로는 –6%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과 경제기관들의 전망이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5%였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미국경제는 성장률면에서 선진국 중 가장 높았고, 고용상황도 역대급 호조세를 나타냈으며, 금융시장도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한순간에 수천만명의 실업자를 양산하면서 과거 경제공황을 방불케하는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다는 사실이 코로나 19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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