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토요타가 부러운 현대차…'빈 손 유턴' 언제까지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최석환 기자 2020.05.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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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메이드 인 코리아']④일자리 먼저! 규제 풀자<3>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제조업 리쇼어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봉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소비시장과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제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짜인다. 대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전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日 토요타가 부러운 현대차…'빈 손 유턴' 언제까지


"일본 토요타는 리쇼어링(해외진출 자국기업 유턴·re-shoring)을 결정한 뒤 정부로부터 파격 혜택을 받았다는데..."



대규모 해외투자를 국내로 돌려세운 현대차 (237,000원 ▼7,000 -2.87%)그룹과 효성 (62,300원 ▲4,800 +8.35%)그룹은 토요타 사례가 부럽기만 하다. 우리 정부의 '유턴' 지원이 중견·중소기업에만 집중돼 이들 기업은 사실상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한 채 '빈 손 유턴'을 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알아서 한 투자에 정부가 무슨 혜택을 주느냐"는 식으로 각 세울 일이 아니다. 판로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선 해외로 향하는 게 한결 유리하다. 그런데도 이들은 '리쇼어링'으로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그들이 돌아온 지역에는 엄청난 일자리를 제공했고, 경제효과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 현대모비스 (261,500원 ▼3,000 -1.13%)는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 전기차용 부품공장을 짓고 있다. 전 세계에 현대·기아차 글로벌 생산기지가 12개나 되기 때문에 한국에 전기차용 부품공장을 짓는 것은 쉽지 않다.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큰 중국이나 미국에 공장 건립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끝내 울산을 낙점했다.

대기업은 혼자만 움직이지 않는다. 현대모비스의 이런 리쇼어링 투자는 현대모비스만 오는 게 아니다. 이번 투자에도 협력사 50여개사가 함께 따라온다. 항공모함이 선수를 틀면 함대가 모두 함께 움직이는 식이다.

이 투자로 울산에 생기는 양질의 일자리 1000개가 훨씬 넘을 전망이다. 지방정부의 세수입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보이지 않는 효과가 기대된다.


대기업 리쇼어링의 엄청난 파급효과는 효성도 마찬가지다. 효성은 베트남에 지으려고 했던 차세대 섬유 생산라인을 역시 울산으로 돌렸다. 베트남 동나이성에 차세대 화학소재 '아라미드' 생산라인을 구축하려 했지만 막판에 울산공장 증설로 선회한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 증설 공사에 들어가 내년 5월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이 아라미드 공장도 수 백 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효성은 사실 베트남에도 얼마든지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 "남쪽에 효성, 북쪽에 삼성"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정이 밝다. 이미 동나이성 일대에서 대대적 첨단소재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효성이 베트남에 추가 투자를 한다면 당장 지방정부가 세제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몰고 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효성은 한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울산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와 효성 사례를 이을 대기업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두 기업 외에 앞으로 당분간 추가 유턴을 선언하는 대기업은 찾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주력 판로가 해외인데다 각종 혜택도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더 좋은데 어느 대기업이 한국으로 돌아오겠느냐는 것이다.
노동력이나 원자재 확보도 해외가 한국보다 훨씬 유리하다. 한국 특유의 경직된 노동법과 높은 인건비, 각종 규제들은 기업 입장에선 선택할 이유가 없는 악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96%가 "한국 유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을 거치며 내수경제 사수는 이제 선진국들의 지상과제가 됐다. 전략적 리쇼어링은 각국 정부의 핵심 정책이 될 조짐이다. 당장 미국 같은 최강국도 반도체 부품 공급망은 물론 마스크 자체 조달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세계 각국은 앞다퉈 리쇼어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이후 리쇼어링 열기가 뜨거워지며 매년 수 백 개 기업이 자국으로 사업장을 옮긴 경험이 있다. 수 만개 일자리가 창출되며 그 효과는 미국인들 스스로 생생히 목격했다.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라는 공공기관이 그 중심에 있었다.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지 않으면 리쇼어링도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멕시코 공장 생산라인을 사이타마현으로 옮긴 혼다(2016년)와 2017년 미국의 캠리 생산라인을 아이치현으로 돌린 토요타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리쇼어링 정책을 단행하며 파격적인 대기업 지원에 나섰다. 일본 내 복귀에 필요한 자금의 50%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리쇼어링 정부 지원 현주소는 뜨뜨미지근하다. 한국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에 아직도 인색하다. 법 개정으로 지원 대상을 해외사업장 '50% 축소'에서 '25% 축소'로 낮췄지만 아직도 대기업에게는 리쇼어링 혜택은 힘들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대부분의 해외사업 규모가 상당한데 이중 25%를 한국으로 옮기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대기업이 리쇼어링을 독려하려면 좀 더 전향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본다. '세금·토지·관세'의 3종 지원세트를 대기업에게도 분명히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혜택이 주어지더라도 규제가 동시에 작용한다면 리쇼어링 지원은 말장난에 그칠 것"이라며 "수도권 규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 해소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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