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안전법' 국회 통과…어떤 내용 담겼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5.2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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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법 제정 이후 약 15년 만에 전부개정된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하 연구실안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연구자 보호’를 핵심으로 개정한 연구실안전법이 20일 본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향후 국무회의 의결과정 등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실안전법' 국회 통과…어떤 내용 담겼나?


최근 들어 연구실 사고는 한해 약 300여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융·복합 연구 활성화 등으로 연구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연구실 내에 예측하기 힘든 위험 인자가 다양화됐고, 과학기술분야 연구실 및 연구활동종사자도 계속 늘어나면서 연구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안전관리체계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조사한 2019년 기준 ‘연구실안전법 대상기관 현황’을 보면 대학·공공연구기관·기업부설연구소 등 기관은 4075곳, 연구실 수는 총 7만 9223개, 연구자는 약 131만 5110명에 이른다.

이러한 연구실 현황을 고려해 지난 2017년 신용현 의원이 연구실 안전관리 체계 개선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고, 2019년에 이상민 의원이 이와 관련한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두 법안의 병합심사를 거쳐 올해 상임위 위원장 대안으로 개정안이 마련됐다.



개정된 연구실안전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연구자 보호’라는 법 제정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 제1조 목적 규정의 ‘연구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연구인력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연구환경 조성’으로 변경했다.

또 연구실 내 안전확보를 위해 보호구 비치, 착용지도 등 연구실 책임자의 책무가 대폭 강화됐다. 연구자의 건강검진 결과를 반영한 안전조치를 실시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이를테면 감기 등 가벼운 질환의 경우 연구시간을 단축하고 폐 염증이 발생한 연구자는 분진이 많이 발생하는 화학실험에서 배제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안전점검, 사고조사 결과에 따라 연구자에 적합한 조치가 신속하게 발동될 수 있도록 긴급조치를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한편, 사고 위험이 큰 연구실의 사용제한을 건의한 연구자에게 불이익이 따르지 않도록 보호 규정도 마련했다.


연구현장의 의견을 수렴, 각종 규제도 완화했다. 과태료 즉시 부과에 따른 현장부담 완화 및 자율적인 법규 준수 유도를 위하여 법 위반사항에 대해 과태료 부과 전 시정명령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소규모 분교 또는 분원의 안전관리를 본교 또는 본원의 관리자가 통합관리 할 수 있도록 연구실안전환경관리자 선임기준을 개선했다.

아울러 출산 휴가등의 사유로 연구실안전환경관리자 공백기가 30일을 초과하는 경우, 직무 대행기간을 최대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기관 안전관리 실태를 연 1회 이상 공표하는 제도도 새롭게 도입한다. 현재 각 연구기관별로 ‘연구안전정보시스템’에 연구안전현황을 등록하게 되어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 자료를 모두 취합해 일반인들에게 알림에 따라 기관의 안전수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기관장 등 상위관리자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기관 자체 안전관리 협의체인 ‘연구실안전관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안전관리 예산 심의 등 위원회 권한을 강화해 기관특성을 반영한 자율적 안전관리가 현장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이다.

연구실 안전관리 전문성 제고를 위해 ‘연구실안전관리사’라는 전문자격제도도 신설한다. 관계자는 “전문자격제도로 인해 연구실 안전관련 실무자들의 전문성이 제고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연구실안전법의 구조·체계는 매우 복잡한 편이다. 2005년 3월 해당 법이 처음 제정된 후 지금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법 조항을 뜯어 고친 탓이다. 연구 관계자는 “이번 법 전부개정을 통해 가지조문을 정리하고 기존 4장 36개 조문을 8장 46개 조문으로 정비하는 등 장·절 및 조문 등을 대폭 정비했다”며 “현장에서 법을 알아보고 이해하는 게 이전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상욱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이번 연구실안전법 개정이 현장의 연구실 안전관리 전문화의 기반을 마련해 대학, 연구기관 등의 연구실 사고를 예방하고 기관 자율적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이번 연구실안전법 개정이 현장에 녹아들 수 있도록 현장에 맞는 세부기준을 조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가 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국가 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은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추진과 관련해 각 부처별로 다르게 적용해 왔던 규정들을 하나로 합쳐 연구현장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연구자의 자율성 제고 및 책임성 확보, 혁신 환경 조성 등 국가R&D혁신을 위한 핵심 원칙과 내용이 담았다.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은 연구개발특구 내 신기술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를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이 이뤄졌다. 연구개발특구 내 연구자들이 연구개발 과정 중 신기술을 실증하기 위한 실증특례(규제샌드박스)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5개 연구개발 특구(대덕, 광주, 대구, 부산, 전북)와 6개 강소특구(김해, 안산, 진주, 창원, 청주, 포항)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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