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로나 빗장수비 풀린다는데…여행 회복은 "글쎄"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5.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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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등 관광 비중 높은 국가 중심으로 여행교류 회복 움직임…코로나 지속에 여행회복 시기상조

지난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내려진 봉쇄령이 완화되며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도착을 하고 있다. /사진=AFP, 뉴스1 지난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내려진 봉쇄령이 완화되며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도착을 하고 있다. /사진=AFP, 뉴스1


코로나19(COVID-19)에 굳게 걸어 잠긴 유럽 국경이 서서히 열릴 조짐을 보인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여행객으로 먹고 사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초토화된 관광산업 살리기에 나서기 시작하면서다.

여행수요가 반등할 수도 있단 기대심리에 여행업계 주가도 모처럼 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종식까지 아직 시일이 필요한 만큼, 여행회복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오는 6월3일부터 국경을 다시 개방키로 결정했다. 지난 3월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문을 걸어잠근 지 약 4개월 만이다. 유럽 내 인적·물적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솅겐 협정에 가입한 26개국이 우선 대상으로 자가격리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손꼽히는 관광국가 그리스도 7월부터 외국인 입국을 허용한다.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시기에 여행제한 완화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비롯, 스페인과 포르투갈, 독일 등 유럽연합(EU)에 소속된 11개 국가는 이날 유럽 시민들에 대한 자유로운 왕래를 재허가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7일 세계관광기구(UNWT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관광객이 전년 대비 60~80%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UNWTO지난 7일 세계관광기구(UNWT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관광객이 전년 대비 60~80%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UNWTO
유럽 대륙의 이 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로 허물어진 경제 회생을 위한 고육책이다. 전통의 관광선진국이 많은 유럽 국가들은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여행객들의 지출이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축이기 때문이다. 관광은 EU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고 고용 비중도 높은 핵심 산업 중 하나다.

한국과 달리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더는 지체할 수 없단 판단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여행제한이 오는 12월까지 지속되면 총 관광객 수가 7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7월 초에 여행제한이 해제될 경우 전년 대비 58% 감소하는 데 그친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들이 국경 봉쇄 해제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여행업계 주가도 '반짝'
그래도 여행회복은 시기상조
이태원 클럽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이태원 클럽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 봉쇄 해제 물결은 아시아에서도 보인다. 태국은 최근 한국과 중국을 '위험 전염병 지역'에서 해제했다. 일본도 한국과 중국, 미국에 대한 입국 제한을 비즈니스에 한해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에서도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를 기점으로 해외입국 통제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해외여행 심리가 다소 회복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피어 오른다. 이는 여행업계의 주가 반등으로 나타난다. 국내 최대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하나투어는 전날(18일) 종가가 모처럼 6.27% 오른 3만9000원을 기록했고 이날도 7.05% 오른 4만1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모두투어와 노랑풍선 등 주요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의 주가도 근래 들어 보기 드문 강세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지만 경제 정상화를 위해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봉쇄 완화와 관광회복 소식이 자극제가 됐단 분석이다. 하반기부터 바닥에 떨어진 여행심리 반등할 수 있단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국경 봉쇄 완화가 여행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성급한 조치일 수 있다는 것. 국내 이태원 클럽발 재확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여행해제 후 코로나가 다시 퍼지면 여행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수 있다. 여행수요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선이 재개 가능성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받아주더라도 국내로 돌아오면 2주 자가격리해야 하는데 누가 쉽게 여행을 가겠냐"며 "백신이 완전히 나오지 않는 한 빠른 시일 내에 여행수요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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