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손님 줄었는데 남몰래 웃는 '야놀자'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5.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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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에 글로벌 '여행 유니콘' 매출 급감 신음…언택트 기술로 사업 다각화 야놀자는 생존 경쟁력↑

지난 13일 (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뉴욕 퀸즈의 JFK 공항 터미널에서 마스크 쓴 승객들이 거리를 두고 줄을 서 있다. /사진=뉴스1, AFP 지난 13일 (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뉴욕 퀸즈의 JFK 공항 터미널에서 마스크 쓴 승객들이 거리를 두고 줄을 서 있다. /사진=뉴스1, AFP


코로나19(COVID-19) 쓰나미가 전 세계 관광산업을 덮치면서 잘 나가던 글로벌 '여행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들의 행보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전례 없는 여행수요 '제로(0)'에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여행 공룡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구조조정의 빨간불까지 켜졌다.

반면 코로나 태풍 속에서도 국내 유일한 여행 유니콘 야놀자의 걸음걸이는 다소 가벼워 보인다. 그간 벌려놓은 사업들이 '언택트(Untact·비대면)'로 대표되는 여행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 표준)'에 들어 맞으며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여행절벽'에 유니콘도 날개 꺾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글로벌 여행산업 판도를 흔들었다. 하늘길이 막히고 여행교류가 끊기며 물리적인 여행 자체가 불가해졌고 감염 우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여행심리마저 얼어붙어서다. 여행·호텔·카지노·마이스(MICE) 등 전통의 여행산업들이 매출 급감에 신음하고 있다.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세계관광기구(UNWTO) 는 2010년부터 매년 고성장하던 전 세계 해외여행객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행 컨설팅 기관 투어리즘 이코노믹스(Tourism Economics)는 올해 글로벌 여행 시장이 최대 18% 가량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전 세계적인 '여행의 일상화' 흐름을 타고 성장해온 여행 스타트업들도 추락하고 있다. 특화된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여행이란 콘텐츠 자체가 막히면서 날개가 꺾이는 것이다. 잘 나가던 여행 스타트업들도 휴업과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지경에 놓였다.

공유숙박 제국 '에어비앤비' 감원 칼바람
/사진=AFP/사진=AFP
글로벌 여행 유니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호텔 등 전통 숙박산업을 위협했던 '공유숙박' 모델이 발목을 잡았다. 감염 우려에 잠자리를 공유하는 것을 기피하면서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도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에어비앤비는 8억 달러(약 9800억원) 규모의 예산 절감을 위해 모든 마케팅을 중단하고 주요 임원진 월급 삭감과 신규채용 중단을 밝혔다. 호텔과 럭셔리 숙박 투자 등 사업 고도화를 위해 추진하던 전략들도 중단했고, 전체 인력의 25%에 달하는 1900명을 해고키로 결정했다.


연내 예고했던 기업공개(IPO)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뉴욕증시 데뷔로 돈 방석에 앉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예기치 않은 코로나 악재에 무릎을 꿇은 것. 블룸버그, CN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에어비앤비는 이율만 11%에 달하는 고금리로 긴급히 1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수혈한 지 일주일 만에 또 다시 같은 금액을 조달했다. 에어비앤비의 심각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美·亞·유럽 여행 유니콘도 줄줄이 위기
에어비앤비 뿐 아니라 여행산업 기반이 탄탄한 미국과 유럽에서 성장한 여행 유니콘들도 줄줄이 위기다. 비즈니스 여행 시장을 공략하며 성장한 트립액션스도 국가 간 이동 제한에 발목 잡히며 지난 3월 35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저가 호텔체인으로 성장한 인도의 오요(OYO)도 임원진 임금 삭감 등의 조치를 내리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OTA) 트립닷컴의 1분기 매출액도 반토막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 스타트업들이 기존 전통의 여행산업과 달리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로 성장을 일궜지만 결국 수익 모델 자체가 안정적인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여행수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코로나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기존 사업 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코로나 종식이 요원한 상황에서 반전 여부가 불투명한 이유다.

M&A 줍줍 야놀자, "다 계획이 있구나"
와이 플럭스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 /사진=야놀자와이 플럭스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 /사진=야놀자
반면 국내 유일 여행 유니콘인 야놀자는 투자금을 남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큼 열중했던 인수합병(M&A) 결과물이 코로나 사태에서 성과를 내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국내 1위 호텔관리 시스템(Property Management System, PMS) 기업 가람과 씨리얼에 이어 인도의 이지 테크노시스를 인수, 글로벌 1위 클라우드 기반 PMS 기업으로 올라서면서 개발한 호텔 자동화 솔루션 와이플럭스(Y FLUX)로 언택트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클라우드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이 접목된 와이플럭스는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를 비롯해 호텔 이용 전 과정에서 비접촉·비대면이 콘셉트다. 객실 카드키도 스마트폰으로 대체하고 룸에 장착된 시설까지 제어할 수 있다. 야놀자는 로봇 배송, 어메니티 자판기 등 관련 콘텐츠를 확충해 내년에는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야놀자의 이 같은 전략은 B2C 뿐 아니라 B2B(기업 간 거래) 기술까지 영역을 확장해 외부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한 후 주요 호텔 등 숙박사업자들로부터 시스템 구매 문의가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코로나 사태로 여행수요가 감소하며 여파가 적지 않지만 다양한 기술 투자로 수익 모델을 다변화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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