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자릿값 4배 뛰었는데 또…울고싶은 홈쇼핑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0.05.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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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 업계 그늘이 드리웠다. 지난 2월 송출수수료 협상을 시작하긴 했지만 최종 수수료가 얼마나 올라갈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어서다. 매년 두자릿수대로 늘어나는 수수료 부담에 영업이익률은 계속 빠지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언택트 소비 확대됐지만, 영업익은 감소
채널 자릿값 4배 뛰었는데 또…울고싶은 홈쇼핑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적이 공개된 5개 TV홈쇼핑사 평균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확대, 단독 상품 강화, 모바일 사업 확대 등으로 활로를 모색해 온 홈쇼핑 업계로선 맥이 빠지는 결과다.



5개사 중 △GS홈쇼핑 -18.9% △현대홈쇼핑 -14% △CJ오쇼핑 -9.8% 등의 하락폭이 컸다. NS홈쇼핑, 롯데홈쇼핑은 헬스케어 상품·건강기능식품 등 판매 호조로 1분기 선방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

NS홈쇼핑은 이미 지난해 1분기 송출수수료 급증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7% 감소했다. 올해는 지난해 기저효과를 누렸다. 롯데홈쇼핑도 지난해보다 올해 송출수수료 부담을 134억원 늘어난 것으로 봤다.



송출수수료 얼마나 뛰었길래
채널 자릿값 4배 뛰었는데 또…울고싶은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사에 일종의 채널 자릿값으로, 임대료 개념이다. 홈쇼핑 업계는 매년 송출수수료가 브레이크 없이 급증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매년 홈쇼핑과 주요 통신 3사의 IPTV(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제공사업자) 등 유료방송 사업자는 송출수수료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 2월부터 수수료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업계 평균 15% 이상 수수료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들이 업계에 송출수수료 20%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률이 높은 채널을 지키기 위해 홈쇼핑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협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집(2018년도)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사 송출수수료는 2009년 4094억원에서 지난해 1조 6020억원(추정)으로 10년새 3.91배 뛰었다. 매년 평균 15% 송출수수료가 불었다.

반면 같은기간 TV홈쇼핑 영업이익은 연평균 3% 증가해, 10년새 1.4배 커지는 데 그쳤다. 지난해 7개사는 벌어들인 영업이익(6327)의 2.53배 많은 금액을 송출수수료로 냈다.

이런 사정에서 영업이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TV홈쇼핑 7개사 취급고(홈쇼핑사가 판매하는 제품 가격의 총합)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3년 5%에서 지난해 3%까지 떨어졌다.

가이드라인 만들었지만 "아직 체감 못해"
채널 자릿값 4배 뛰었는데 또…울고싶은 홈쇼핑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매년 송출수수료를 미리 감안해 매월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올해 송출수수료 인상폭이 얼마될 지 2분기인 현재도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보통 2~3월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하반기 혹은 해를 넘겨 협상을 마무리짓는 경우도 있다. 가입자 수가 늘고 독과점 현상이 심해지는 IPTV 사업자들이 높은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어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본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대가검증 협의체' 운영 등 가이드라인을 개선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한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을 느끼지 못한다.

TV홈쇼핑협회 관계자는 "유료방송사 재허가·재승인시 가이드라인 준수를 의무 조건으로 포함시키면서 기존보다 나아졌다곤 하지만 아직 체감은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도 (수수료가)10%대로 오르면 양호한 수준이란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이 때문에 홈쇼핑업계는 모바일 쇼핑 강화 등 새로운 사업의 투자 확대도 주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상승폭을 키워온 송출수수료 부담이 회사의 손익을 좌지우지하는 수준으로 커졌다"며 "홈쇼핑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송출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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