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게임엔진 만난 씨엠에스에듀, '글로벌시장 코딩' 준비 끝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0.05.1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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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씨엠에스에듀(종합)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주식투자는 기업과 시장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 투자지표 수치 같은 변화도 중요한 것 중 하나다. 그러나 주가를 대세상승 시킬 수 있는 큰 변화는 오히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코끼리도 다리밖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기업의 방향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경영전략이나 투자환경은 눈으로 보면서도 모르고 흘려보내는 일이 적잖다. 기업을 한발 물러서 볼 수 있는 시각을 지녀야 뛰어난 투자자가 된다.

씨엠에스에듀-유니티, 글로벌 인터랙티브 교육 플랫폼 개발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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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3,4번째)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와 이충국 씨엠에스에듀 대표가 교육 플랫폼 개발 및 공급 계약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3,4번째)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와 이충국 씨엠에스에듀 대표가 교육 플랫폼 개발 및 공급 계약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온라인 에듀테크(Edu-Tech) 기업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씨엠에스에듀 (6,760원 ▼180 -2.59%) 는 이런 측면에서 주목할 기업 중 하나다. '게임엔진의 마이크로소프트'라 불리는 유니티(Unity Technologies)와 지난 14일 ‘글로벌 인터랙티브(Interactive) 교육 플랫폼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300조원에 달하는 에듀테크 시장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씨엠에스에듀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이끄는 융합사고력 및 영재교육 콘텐츠 전문기업으로 유명하다. 과학고 등 영재학교 입학생의 절대다수가 씨엠에스에듀 영재교육센터 출신이다.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에서 매년 최다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주입교육 대신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학이나 융합의 원리를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성과로 특히 유명하다.

교육 전문업체가 게임엔진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인데, 배경과 진행과정을 알면 양측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했는지 느낄 수 있다.

설계, 모형, 제작…산업현장 확산되는 유니티 붐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카카오, BMW, 아우디에서 건축업계까지…
유니티 CI/자료=유니티코리아 홈페이지 캡쳐유니티 CI/자료=유니티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사업성 평가를 위해선 무엇보다 유니티가 어떤 회사인지 알아야 한다. 유니티는 2004년 설립된 회사다. 초기에는 게임엔진 개발에 역량이 집중됐다. 게임을 만들 때 필요한 기초적인 프로그램을 모아 놓은 것이 게임엔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예전에는 게임을 만들 때마다 그에 맞는 엔진을 만들었다. 게임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엔진개발에 들여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많아지자 기존 엔진에 저작권료를 내고 사서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격이 천문학적인 엔진도 상당하다. 유니티는 저렴한 가격의 엔진을 개발하고 사용도 쉽게 만들었는데, PC부터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 같은 콘솔과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플랫폼까지 지원 영역도 다양하다.

유니티는 특히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엔진이나 기술, 자료를 각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에셋 스토어’를 운영하는데 구글 플레이스토어처럼 무료 자료가 많고 유료도 저렴한 것들이 많다.

개인이나 소규모 개발사라도 에셋 스토어를 통해 캐릭터 모델, 소품, 자료, 질감, 풍경화 도구, 게임 제작 툴, 오디오 효과 등 게임 제작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구할 수 있다.

‘포켓몬 고’처럼 글로벌 모바일 게임 톱 1000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됐고 연간 다운로드는 340억회에 달한다. 유저는 세계 195개국, 7억7000만명에 달하는데, 유니티 개발자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업 순위 7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니티 엔진은 최근 게임을 넘어 산업계로도 확장되는 중이다. 게임엔진은 3D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에 집중된다. 그런데 이 엔진은 기업들이 활용하기에 무척 용이하다. 예컨대 건설사에서는 건축모형 대신 유니티 엔진으로 3D 조감도를 만들어 설계를 변경할 때마다 바뀌는 모습을 즉각 활용한다. 조선업체에서는 선박설계에 자동차 회사는 차량 디자인에 이를 쓰고 반도체와 가전업체에서도 이를 적용한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카카오 등이 유니티와 협업하고 있으며 벤츠·BMW·아우디 등 글로벌 10대 자동차 기업 중 8곳이 유니티 엔진을 활용할 정도다. 지난해 디즈니가 선보인 실사영화 ‘라이온 킹’도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됐다.

‘VR·AR’ 분야에서 유니티의 점유율은 압도적 수준이다. 전 세계 AR·VR 기업의 90%가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고 있고, 콘텐츠 점유율은 60% 이상이다

유니티 "씨엠에스에듀 = 콘텐츠, 교육철학, 방식…최고의 기업"
세계적 게임엔진 만난 씨엠에스에듀, '글로벌시장 코딩' 준비 끝
그러나 유니티도 고민이 있다. 산업계 수요가 너무 빠르게 늘어나면서 시장 전반에 프로그램(코딩)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래머가 크게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주문은 쏟아지고 식재료도 충분한데 요리사가 부족한 셈이다.

유니티는 코딩교육과 관련한 자체 프로그램도 만들어 봤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 시각에서 만든 것이 아니어서 개선점을 찾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유니티의 파트너로 선택된 곳이 씨엠에스에듀다.

씨엠에스에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쌓아온 콘텐츠 역량과 노하우를 언택트(비대면) 서비스 등으로 온라인화해왔다.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모한 ‘5G 콘텐츠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선정되는 등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등 에듀테크 전문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씨엠에스가 이미 수년 전부터 코딩교육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내왔다는 점이다.

이충국 씨엠에스에듀 대표는 "2005년부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코딩교육을 준비했다"며 "정부가 코딩을 공식 교육과정에 넣기 1년 전에 이미 우리는 수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씨큐브코딩'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데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고, 이를 연결한 실물 기계를 만들기도 한다. 씨큐브코딩 분당센터에는 학생들이 만든 두더지 잡기 게임기, 전동모터로 움직이는 그네 같은 제품이 있다.

센터 내 '씨큐브스페이스'라는 별도의 공간에서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등 첨단 디지털 장비를 사용해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설계한 것을 만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 학생은 청각 장애가 있는 할아버지를 위해 음파로 음악을 들려주는 기기를 만들기도 했다"며 "실리콘밸리 시연에서 극찬을 받기도 했는데, 이처럼 어려운 컴퓨터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쉽게 배우고 상상력과 동기를 극대화하는 완벽한 커리큘럼이 씨큐브코딩의 모토"라고 말했다.

유니티가 씨엠에스에듀를 글로벌 파트너로 선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인숙 유니티큐리아 대표는 "코딩 교육 콘텐츠와 플랫폼 개발을 위해 많은 업체를 조사하고 만나봤다"며 "처음에는 특정업체와 손잡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도 있었으나 이를 깬 것이 씨엠에스에듀"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 프로세스와 우리에게 부족한 콘텐츠를 모두 충족해줄 수 있는 곳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양사의 협업이 이뤄낼 성과와 가능성에 각 거점지역 뿐 아니라 글로벌 본사에서도 거는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실시간 인터랙티브 코딩교육 콘텐츠 첫 선. 2022년 국내 시장만 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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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큐브코딩 수강생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자동그네/사진=씨큐브코딩 분당센터 블로그
씨큐브코딩 수강생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자동그네/사진=씨큐브코딩 분당센터 블로그
유니티가 교육 기업과 사고력 기반의 융합교육 플랫폼 개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 협업의 첫 결과물은 ‘실시간 인터랙티브 코딩교육 콘텐츠’로 나올 예정이다. 파이썬(Python)기반의 C4K(Coding For Kids) 온라인 콘텐츠를 씨엠에스에듀의 코딩교육 브랜드인 ‘씨큐브코딩’을 통해 하반기에 출시하게 된다.

이 대표는 “텍스트 입력 중심의 기존 코딩 교육을 완전히 뒤엎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콘텐츠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랙티브하게 시각화한 아바타를 통해 프로그래밍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놀이와 게임처럼 몰입감이 높고 효율적인 코딩 학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또 ‘C 언어 및 웹기반의 온라인 C4K 콘텐츠’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씨큐브코딩은 국내 코딩 교육시장에서 가장 많은 학생을 보유하고 있는 리딩 브랜드로 유니티 엔진 기반의 온라인 커리큘럼으로 글로벌 확장성까지 갖출 경우 대폭적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시장규모는 막대하다. 올해 중국에서만 5000만명의 학생이 코딩을 배울 것으로 추산되고, 그 시장 규모는 향후 3년 이내에 8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국내 코딩 교육 시장 역시 2022년까지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연내 AI·SW(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1000명 이상 양성하고 기초교육 저변 확대에도 나선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중 ‘AI 교육 종합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는 2011개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충북과학고는 AI 기반 영재학교로의 전환을 추진중이다.

업계에서는 씨엠에스듀가 정부의 AI 인재 육성정책에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VR, AR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유니티와 함께 VR·AR 기반의 융합교육 플랫폼을 개발해 완전한 에듀테크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우리와 유니티는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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