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도 실패, 자리도 위태"…우울한 두산重 직원들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안정준 기자 2020.05.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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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 앞. /사진=김휘선 기자서울 서초구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 앞. /사진=김휘선 기자


두산중공업 (17,220원 ▼300 -1.71%) 직원들이 우울한 5월을 보내고 있다. 1년 전 우리사주 청약 때 가진 기대와 달리 주가는 하락했고 구조조정까지 진행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우리사주조합 보유분 보호예수가 이달 말이면 해제된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5월24일 유상증자를 통한 1685만6677주(7.84%), 936억원에 달하는 우리사주조합 보유분 주식을 공시했다.

보호예수가 해제되면 우리사주 보유자들은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직원들의 표정은 어둡다. 두산중공업 주가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 주가는 지난 15일 종가 기준 3915원으로 지난해 5월 우리사주 청약가격(5550원)에 비해 30% 떨어졌다.



게다가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도 늘어나면서 지난달 30일 기준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주식은 1362만212주(5.38%)까지 줄었다. 사실상 투자손실에 구조조정까지 엎친데 덮친 격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에 유동성 위기까지 겪으면서 채권단 지원을 받아야만 처지가 됐다. 올해 경영 실적도 난감한 상황이다.

지난 15일 두산중공업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당기순손실이 37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3조8370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564억원으로 82.5% 줄었다.


순손실의 경우 명예퇴직으로 발생한 1400억원 규모의 비용은 예견됐지만 두산밥캣 주가수익스와프(PRS) 손실이 뼈아팠다. 이로 인한 1400억원 추가 손실이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두산밥캣 지분 약 10.6%를 증권사들과 PRS 계약을 맺었다.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방식이다. 두산밥캣 주가가 기준가보다 떨어지며 관련 비용이 평가손으로 잡혔다.

이미 쌓인 빚도 상당하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갚아야 할 빚은 4조2000억원이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에서 2조4000억원을 받아 급한 불을 끄는 대신 경영 정상화를 위해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다. 나머지는 추후 예상된 시중은행 차입 연장 등으로 충당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구조 재편과 인력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미래 혁신기술 사업에 역량을 집중키로 하고 가스터빈 발전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두 분야를 사업 재편의 큰 축으로 세웠다.

이르면 오는 21일부터 일부 인원에 대한 휴업에 돌입한다. 추가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지난 11~15일 2차 명예퇴직을 받았다. 신청 결과에 따라 휴업 대상자 규모와 휴업 시점이 구체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휴업 대상자들에게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할 예정이다. 휴업 기간은 올해 12월31일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장 가동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휴업 대상자들의 복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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