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주 이어 은행주도 순매수…버핏과 반대로 가는 개미들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20.05.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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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최근 항공주를 손절매한 데 이어 은행주의 비중도 줄였다. 그러나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이 같은 버핏의 움직임과 반대되는 투자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일 국내외 항공주를 순매수하고 있는 개미들은 은행주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은행업종에 대한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은 갈리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실물 경제 악화로 은행들의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은행 종목들의 주가가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만큼 조만간 반등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날까지 1개월간 개인들의 KB금융 (63,700원 ▼300 -0.47%) 순매수액은 2102억8200만원에 달한다. 최근 들어 순매수세가 더 강해졌다. 개인들은 지난 4일부터 전 거래일인 15일까지 9거래일 연속으로 KB금융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이 기간 순매수액은 2152억원을 넘는다.

이 밖에 개인들의 최근 1개월간 하나금융지주 (52,400원 ▼1,100 -2.06%) 순매수액은 667억300만원, 우리금융지주 (13,540원 ▲40 +0.30%) 순매수액은 472억7600만원, 신한지주 (41,750원 ▼150 -0.36%) 순매수액은 441억83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가 흐름은 신통치 못하다. KB금융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3월 19일 저점인 2만6050원에서 지난 15일 3만1450원까지 2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36.7%, 우리금융지주는 21.2%, 신한지주는 30.7%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32.2%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익률이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은행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워런 버핏이 골드만삭스 보유 지분의 84%를 매각하고 대형 지방은행 US뱅코프 지분을 판 것도 향후 은행업종의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특히 실물경제 악화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에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두 은행은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현재 은행주들이 과도하게 저평가 상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재 KB금융 등 4개 은행지주의 PER(주가수익비율)은 2.9∼4.1배 사이로 나타났다.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은행들 평균 PER은 10배가 넘는다. 이에 국내 은행주들이 향후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주가 성장 모멘텀(성장동력)이 있는 업종은 아니지만 각종 우려들이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인식들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경제활동 재개 및 미·중 무역협상 가능성 등이 매크로(거시) 지표들을 우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 코스피와의 낙폭 차이를 더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당 매력에 주목해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 미만의 시장금리를 감안할 때 보수적으로도 5%를 넘는 은행주 배당수익률이 무시를 당하고 있다"며 "현재의 주가 수준은 취약한 수급 상황을 감안해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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